[사설] 재택근무는 근로자 권리 아니라는 법원의 첫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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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당시 도입된 재택근무가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다’는 사법부 첫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 남양연구소위원회가 사측을 상대로 낸 ‘재택근무 축소 지침 효력정지(취업규칙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팬데믹 이후 급속히 확산한 재택근무의 법적 성격에 대해 법원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기각 이유로 재택근무 축소가 근로자의 생활상 큰 불이익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노동조합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재택근무 선택권을 주 2회에서 주 1회로 축소한 것은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근로계약서상 근무 장소가 회사 사업장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대차 취업규칙에 ‘회사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근로자의 근무지, 소속, 직무 변경을 명할 수 있다’고 돼 있는 점도 가처분 기각의 주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시기 기업들은 감염병 대응 차원에서 재택근무를 대거 도입했다. 방역과 업무 연속성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난 뒤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기업 상당수도 다시 출근 중심 체제로 복귀했다. 국내에서도 현대차뿐만 아니라 주요 대기업이 재택근무 축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와 협업 효율을 중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재택근무는 출퇴근 부담 완화와 육아·돌봄 지원, 업무 자율성 확대라는 장점이 있다. 유럽 일부 국가는 원격근무 요청권을 제도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상 필요와 생산성, 업종 특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방식이다.

근로 유연화의 본질은 산업과 직무, 조직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재택근무를 시대 변화에 따른 유연한 근무 방식으로 보는 것과 이를 일률적 권리로 고착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번 법원 판단은 그 경계선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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