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한 것은 냉엄한 힘의 논리를 새삼 보여준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양국 충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권 교체’를 압박한 지 하루 만에 이란이 사실상 항복하면서 멈췄다.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란의 굴복에는 동맹과 안보 자강의 중요성도 확인시켜 준다. 이란이 백기를 든 데는 무엇보다 전략적으로 역할을 분담한 미국과 이스라엘 동맹의 힘이 컸다. 이스라엘이 이란 방공망과 대공 능력을 무력화하고, 군 수뇌부 표적 사살을 통해 지휘체계를 마비시킨 뒤 미국이 초강력 벙커버스터로 결정타를 날렸다. 이란 미사일 일부가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었지만 결정적이지는 못했다. 이란은 미군 시설에 미사일을 날리겠다고 사전에 알려주는 ‘약속대련’으로 미국 체면까지 살려주면서 휴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란이 이렇게 맥없이 주저앉은 데는 국제적인 역학관계를 무시한 채 핵 개발에 매달리다가 제재로 경제난과 안보 능력 약화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투기, 폭격기들이 이란 영공을 제집 안방 드나들 듯했는데도 속수무책 당할 정도이니 ‘중동의 호랑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이란과 밀접한 중국과 러시아도 방관했다. 이게 국제질서의 현실인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큰 충격을 받았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들은 뒤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핵무기 없는 이란이 당하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핵·미사일 폭주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중국과 밀착해 든든한 뒷배로 활용하고, 전략무기 현대화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우리의 대응도 바빠졌다. 공군력 등 군사력 전반에 걸쳐 미국의 힘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만큼 ‘트럼프 청구서’를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안보 이익을 더 두껍게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고, 한·미·일 공조도 굳건히 해야 한다.
만에 하나 동맹이 지속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자강 능력도 꾸준히 갖춰나가야 한다. 이스라엘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란 핵은 안 된다며 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굳건한 동맹에 더해 자체 안보력이 받쳐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