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 관세 협상…미국 고압적이지만 우리 내부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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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25 17:48 수정2025.07.25 17:48 지면A23

정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대미 관세를 협상하겠다”고 강조해 왔지만 지금까지 상황은 정반대다. 영국,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타결이 가시권이지만 한국의 협상만 점점 꼬여가는 중이다. ‘관세 슈퍼위크’를 맞아 ‘2+2 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하겠다던 구상이 물거품이 됐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협상 투톱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모두 미국의 카운터파트와 마주 앉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양국 통상장관이 겨우 만났지만 무위로 끝났다. 1주일도 안 남은 관세 발효일을 앞두고 협상 입지가 급속히 좁아지는 가운데 추후 협상 일정도 불투명하다. 대통령실은 어제 긴급 통상대책회의를 열고 머리를 맞댔지만 마지막 담판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미국 대통령과 재무장관이 유럽 출장길에 올라 자리를 비우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서두르지 않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판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아슬아슬한 사태 전개 이면에 혹여 어이없는 관세 불감증이 똬리를 틀고 있지 않은지 걱정스럽다. ‘잘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와 ‘혹여 관세 좀 맞는다고 경제가 망하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우리에게 수출은 생존이다. 협상이 삐걱하면 경제와 민생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4월부터 부과된 품목관세(25%) 탓에 현대자동차·기아 2분기 영업이익이 20% 안팎 급감한 데서 잘 드러난다.

미국발 관세전쟁은 경제 문제를 넘어 미·중 패권전쟁이라는 큰 시각에서도 봐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의 친중 노선에 강한 경계감을 갖고 있고, 그로 인해 미국이 관세협상의 물꼬를 터주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외교가에 파다하다. 미국 국무장관이 조현 외교부 장관의 취임 전화를 받지 않은 정황도 있다. 그럼에도 얼마 전 미국으로 건너간 여당 의원들은 반(反)트럼프 성향이 뚜렷한 미국 의원과 함께 ‘종전선언’ 행사까지 벌였다. 여당 대표 후보들은 9월 중국 전승절 행사 참여를 주장하기도 했다. 관세협상에 우리 경제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점을 자각한다면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이다.

미국에 무조건 숙이고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기싸움하듯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금물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주고 받는 협상으로 무조건 국익을 사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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