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12·3 계엄 사태에 대해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짤막한 사과 이후에는 민생 추경과 반도체 특별법 통과의 필요성을 잠시 언급했을 뿐 “국정 위기 유발자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라며 야당 공격에 집중했다. 40분간의 연설 도중 ‘이재명’은 18번, ‘민주당’은 44번이나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납득할 수 없는 비상조치가 왜 내려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민주당의 연쇄 탄핵과 특검법 발의 등을 거론한 뒤 이를 “헌정 파괴의 실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 혼란의 목적은 오직 하나, 이 대표의 방탄”이라며 “이 대표의 형이 확정되기 전에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 조기 대선을 유도하고 대통령직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모반”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계엄으로 빚어진 경제 안보 위기 상황에 대한 진지한 성찰, 집권 여당으로서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은 없이 ‘남 탓’으로 일관한 것이다. 심지어 현 정부의 의정 갈등도 민주당이 수수방관한 탓, 21대 국회 막바지에 정부와 여당이 합의 직전 무산시켰던 연금개혁 좌초도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이런다고 정부 여당의 책임이 줄어드나.
권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이 대표의 외교, 경제, 언론관을 망라해 비판했다. 이 대표가 최근 한미동맹을 강조한 것은 “조기 대선을 겨냥한 위장술”이고, 실용주의를 표방한 경제관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바꾼 말들”이라는 주장이다. 이른바 ‘카톡 검열’ 논란을 거론하며 “공포정치가 일상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야당의 유력 주자를 비판하는 데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한 셈이다.권 원내대표는 분권형 개헌을 주장하며 “민주당과 이 대표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개헌에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4대 개혁을 위한 입법 어느 하나도 성과를 못 내는 정치력으로 개헌을 할 수 있겠나. 여당이 대통령 방어에만 급급했을 뿐 야당을 협치의 상대로 보고 설득하려는 노력은 부족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도 야당 탓, 저것도 야당 탓, 매사가 야당 탓, 이런 식으로는 여당의 수권 능력만 불신받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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