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유 제대로 들어오고 있나…걱정스러운 '위기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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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를 좀처럼 체감하기 힘들다. 주말마다 전국 주요 도로는 행락객을 실은 차량으로 정체가 이어진다. 평일 도심의 거리도 미국·이란 전쟁 이전처럼 오가는 차로 가득하다. 때 이른 더위 탓에 주요 대형 건물에선 예년보다 일찍 냉방에 나섰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2개월 반 넘게 원유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다.

사회가 이처럼 평온한 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미국과 이란이 한 달 넘게 휴전을 지속하면서 불안이 더 커지지 않은 영향이 크다. 급등한 원유 가격이 다섯 차례에 걸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휘발유·경유 소비자가격에 다 반영되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 사회의 시선이 중동 위기에서 멀어질 요인도 가득하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을 불사하며 거액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코스피지수가 8000을 넘볼 정도로 주식시장도 활황을 보였다. 지방선거는 눈앞으로 다가왔다.

에너지 자립도 18%에 불과한 한국의 처지는 그러나 개선된 게 거의 없다. 피격된 나무호를 포함해 한국 선박 26척은 여전히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여 있다. 글로벌 유가는 전쟁 발발 이전의 두 배 가까운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급하게 아랍에미리트(UAE), 리비아 등에서 원유를 들여오고 베네수엘라산 원유 도입을 타진하는 등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했다지만, 원유의 70%, 나프타의 80%,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차지하던 호르무즈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13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각국 원유 재고와 전략 비축량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원유 재고가 3월 1억2900만 배럴, 4월 1억1700만 배럴 감소했다는 추정이다. 한국은 아직 비축유 방출에까지 몰리지는 않았지만, 5~7월 도입 예정 원유(약 2억1000만 배럴)는 전년 도입량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전력 소비량 세계 3위(1만2100㎾h) 수준의 삶을 계속 이어 나갈 상황이 아니다. ‘에너지 위기 불감증’을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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