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엥겔계수 역주행…삶의 질 오히려 하락한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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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3.18 17:45 수정2026.03.18 17:45 지면A31

우리나라 엥겔계수가 지난해 30.3%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한경이 국가데이터처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1994년(30.0%) 이후 줄곧 20%대를 유지하다가 31년만에 다시 30%대로 올라갔다. 엥겔계수는 총지출 중 식료품비(외식비 포함)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독일의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이 1857년 “저소득 가계일수록 소비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고소득 가계일수록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엥겔의 법칙’을 발표한 후 생활 수준을 간접적으로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돼 왔다.

엥겔계수는 가난한 나라일수록 높고, 선진국일수록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줄곧 그런 흐름을 밟아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역주행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2002년 26.7%까지 떨어졌던 엥겔계수는 2019년 27.8%로 반등하고 2022년 29.9%까지 상승했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소득과 소비 지출 증가세를 웃돌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식료품비 지출 비중이 커진 탓도 크다. 계층 이동 단절과 같은 사회구조 변화가 청년들의 ‘먹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행태를 만들어 엥겔계수를 끌어 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엥겔계수가 30%대를 기록했다고 해서 우리 국민이 가난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기 부진에 소득과 소비는 움츠러드는데, 고물가에 식비 지출만 빠르게 늘어나는 지금 상황이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른 지표들 역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가구 소득은 3.4% 증가했지만 세금과 사회보험료, 이자 비용 등 비소비 지출이 5.7% 늘어나면서 처분가능소득은 2.9% 증가에 그쳤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올해 물가상승률이 3%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국민에 오늘보다 내일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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