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쩌다 영아 사교육까지 규제해야 하는 나라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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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한 학원 앞으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2026.01.05 [서울=뉴시스]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한 학원 앞으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2026.01.05 [서울=뉴시스]

교육부가 학원법을 개정해 영유아 대상 ‘레벨테스트’를 금지한 데 이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만 3세 미만 영아의 주입식 사교육을 추가로 금지하기로 했다. 3세 이상∼취학 전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하루 3시간, 주 15시간 이상의 주입식 교습도 금지한다. 지나친 사교육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가로막고 사교육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교육 규제는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지만 ‘극단적 조기 사교육은 아동 학대’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규제를 권고할 정도로 사교육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잖을 것이다. 정부가 2024년 취학 전 아동의 사교육 실태를 처음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의 아이들이 월평균 33만2000원을 들여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 의대반’이나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4세 고시’ ‘7세 고시’는 외신이 주목할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다. 10세 이하 어린이들 중 정신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아동이 한 해 1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 노출과 함께 과도한 선행 학습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만으로 비정상적인 교육열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교육부가 금지하려는 사교육은 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목의 주입식 교습이지만 ‘주입식’과 ‘놀이식’을 명확히 구분하기란 어렵다. 놀이를 위장한 교습으로 정부 규제를 피해갈 우회로가 열려 있는 셈이다. 3세 이상의 장시간 교습 금지도 풍선 효과로 음성적인 사교육 시장만 키워놓을 우려가 있다. 영유아 사교육 규제가 실패한 선행학습 금지법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2014년부터 초중고교의 선행학습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모호한 선행학습 기준과 감독의 어려움, 선행학습 음성화로 사교육비는 줄이지도 못하고 선행학습 금지법은 있으나 마나 한 법으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뇌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조기 교육이 학습 무력감과 정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 같은 과학적 조언은 ‘우리 아이만 뒤처질지 모른다’는 공포 앞에선 힘을 잃는다. 과거 개인과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교육열이 어쩌다 금지법이 필요한 한국적 병리가 됐는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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