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렵사리 시작한 석유화학 자율 빅딜, 정부도 총력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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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12 17:29 수정2025.06.12 17:29 지면A35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의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 과잉에 따른 공멸을 피하기 위해 자율 구조조정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HD현대케미칼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합작 설립한 회사로 연산 85만t 규모의 에틸렌 설비를 운영 중이고, 롯데케미칼은 이와 별도로 대산단지에서 연 11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그동안 수출로 호황을 누렸으나 에틸렌, 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이 중국에 추격당하며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에틸렌 자급률은 95%, 폴리프로필렌은 97%에 달한다. 세계 시장에서도 중국산 에틸렌은 30% 넘게 싼 가격을 앞세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중동의 투자 확대도 큰 위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는 본국과 한국, 중국에 7개 정유·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울산 온산단지에 석유화학 복합시설을 짓고 있다.

전문기관들이 분석한 업황 전망도 비관론 일색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얼마 전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에틸렌 글로벌 신규 설비가 기존 예상보다 3.1%, 폴리에틸렌은 5.5%, 폴리프로필렌은 9.3%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대표적인 범용 제품의 공급 과잉이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진행한 컨설팅 용역에서도 “동북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의 불황이 2030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빠른 구조조정을 권고했다. 한발 앞서 NCC 등 범용 제품 설비를 줄이고 친환경 첨가제와 고기능성 소재 등 이른바 스페셜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재편에 나선 일본, 유럽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중국에 추격당한 디스플레이, 철강, 범용 조선 등 주력 업종의 구조조정 및 혁신은 당면 현안이다. 지체할 조금의 여유도 없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를 감안할 때 눈앞의 이익을 좇아 구조조정과 혁신을 늦추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넘기 어렵다. 새 정부도 설비 운영 효율화와 신사업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유인하고 지원하기 위한 법제 정비와 함께 세제 및 금융 지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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