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들과 소원해 지원 몰랐다"는 선관위 전 총장의 기막힌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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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07 17:26 수정2025.03.07 17:26 지면A23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 특혜 채용 의혹이 있는 고위직 간부 10명에 대해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감사원이 채용 비리 실태를 공개한 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던 선관위는 여론이 들끓자 그제서야 이들을 직무에서 배제했고 수사 의뢰도 하겠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2013년 이후 시행된 선관위의 경력 채용 291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 878건이나 규정 위반이 있었다는 점도 어이가 없지만,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관련자의 인식은 더 충격적이다. “경력직 채용을 할 때 믿을 만한 사람을 뽑기 위해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다”라거나 인사 담당자조차 선관위를 ‘가족회사’라고 말했다고 하니 조직 전체가 채용 비리의 온상이 된 것도 당연해 보인다.

그중에서도 김세환 전 사무총장의 아들 채용 비리와 이에 대한 해명은 할 말을 잊게 한다. 선관위 내에서 ‘세자’로 불린 아들이 강화군 선관위에서 인천 선관위로 전입하는 과정에서 면접 방식을 바꾸고 교육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허위 경력 추천서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며느리 근무지 이동도 직접 전화해 청탁했다고 한다. 김 전 총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평소 아들과 소통이 없어 지원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며 “주변 사람들이 과잉 충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아들이 아버지 회사에 취업하면서 사전에 말 한마디 안 한다는 집안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이런 뻔뻔한 변명을 하는 사람이 헌법기관의 장관급 직책을 맡았다니 국민이 뒷목을 잡을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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