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업급여 적립금 내년 소진…선심성 지출 차단이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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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01 17:40 수정2025.07.01 17:40 지면A31

시행 30주년을 맞은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적립금이 내년이면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이 3조5000억원에 불과한데 실업급여 지출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10조9171억원으로 잡았던 올해 실업급여 지출도 지난 5월까지 절반(5조3663억원)을 소진했다.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엊그제 열린 ‘고용보험 30주년 심포지엄’에서 “근본적 재정 건전화를 통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고용부는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한 선심성 계획을 쏟아냈다. 확정되지 않았다지만 자발적으로 이직한 청년에게 생애 1회 구직급여를 지급한다거나 65세 이상 신규 취업자에게 실업급여를 확대 적용한다는 방안 등이다.

고용부는 실업급여 신청이 많은 기업에 더 많은 고용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보고해 우려를 낳고 있다. 급여의 1.8%를 사용자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단일요율제를 실업급여 지급액 등 기업 이력에 따라 차등화하는 경험요율제로 바꾸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계약직 고용이 많은 기업은 불이익을 받는다. 권고사직이 아니어도 단기 계약 근로자는 실업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경험요율제는 과거 문재인 정부 때도 논의됐지만 부작용 우려 때문에 도입하지 않았다. 비정규직이 많은 기업에 더 많은 보험료를 부과하면 벌칙을 피하기 위해 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게 아니라 아예 고용 자체를 줄일 수 있다. 고용보험 적용을 못 받는 사각지대의 근로자가 늘어날 수 있고 대기업에 비해 급여가 적어 이직이 잦은 중소기업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핵심 사회안전망으로써 고용보험의 지속 가능성 확보는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재정 안정성 확보는 기업과 근로자 부담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본래 취지와 무관한 선심성 지출을 줄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단기 근무를 반복하며 계속 급여를 타는 관행도 근절해야 한다. 실업급여가 최저임금과 연동되면서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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