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대학에서 인재를 키워야 할 우수한 교수들은 속속 한국을 떠나고 있다. 서울대에서만 최근 4년간 56명의 교수가 해외 대학으로 이직했다고 한다. 미국, 홍콩, 싱가포르 대학으로 떠난 이들의 빈자리는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 출신 교수들이 메우고 있다고 한다. 같은 기간 이들 대학에서도 119명의 교수가 서울대와 해외 대학 등으로 떠났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대상인 지방 거점 국립대 9곳 역시 323명의 교수가 수도권 대학으로 대거 적을 옮겼다. 그야말로 ‘도미노 인재 유출’이다.
뛰어난 교수들이 해외로 떠나는 건 한국 대학들이 충분한 보상과 매력적인 연구 환경으로 이들을 붙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대에서 연봉 1억원가량을 받던 교수가 홍콩의 대학에서는 4억5000만원 수준을 받는다고 하니 이직의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인재 유치 전쟁 와중에 해외 대학들이 한국 두뇌에게 눈독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핵심 인재의 이탈은 대학 연구 역량 후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은 국가 경쟁력 저하라는 뼈아픈 결과로 돌아온다. 당장 자연과학 분야 연구성과 지표인 ‘네이처 인덱스 2025’에서 한국은 서울대, KAIST만 100위 내에 겨우 이름을 올린 초라한 현실만 봐도 알 수 있다. 2년 연속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하고 8개 대학, 연구소가 톱10에 입성한 중국과는 비교조차 하기 어렵다.
한국은 무역수지로는 흑자를 내고 있을지 몰라도 인재 유출입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나라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이공계 분야에서는 심각한 ‘인재 적자국’이라는 평가다. 오죽하면 “한국에선 인구 감소보다 인재 감소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겠는가. 그 중심에 17년간 등록금 동결로 황폐화한 대학이 있다. 정부의 포퓰리즘적 정책이 대학과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아 온 후과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도 중요하지만, 서울대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더 시급한 교육개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