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급변한 무역질서는 우리 수출기업에 중대한 위협일 수밖에 없다. 최근 대표 기업들이 보여주는 발 빠른 움직임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6일 미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에 들어갈 첨단 반도체칩 생산을 수주했다. 애플에 공급할 고성능 이미지센서는 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스마트폰의 눈’으로 불리는 반도체다. 지금까진 해당 분야 세계 1위 일본 소니가 독점 공급해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와도 165억 달러(약 23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AI)칩 장기계약을 맺었다. 테슬라에 공급할 차세대 자율주행 시스템반도체 ‘AI6’는 자율주행차,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으로 이전 단계의 칩은 대만 TSMC가 생산하고 있다.
이런 성과는 삼성전자의 높은 반도체 설계·생산 능력과 함께 한발 앞서 미국에 투자해 세운 생산시설 때문에 가능했다. 애플 칩은 미 텍사스 오스틴의 공장에서, 테슬라 칩은 텍사스 테일러에 짓고 있는 공장에서 생산된다.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제조업 부활 기조에 맞춰 미국 내 생산비중을 높여야 하는 애플,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더 많이 써야 하는 테슬라가 삼성전자의 현지 공급능력을 높이 평가해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현대차그룹은 미 제너럴모터스(GM)와 북미·중남미 시장에서 판매할 차량 5종의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관세 때문에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차의 뼈대인 플랫폼을 두 회사가 공동 개발, 생산하면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 현대차로선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지만 그동안 적극 공략하지 못한 픽업트럭 부문을 강화하고, GM은 뒤처진 하이브리드차 기술을 보강하는 시너지가 기대된다.
최강대국 미국이 힘으로 밀어붙여 출범시킨 ‘턴베리 체제’는 세계 6위 수출국인 한국의 미래를 시험대에 올리는 초유의 위기다. 더 많은 우리 기업이 세계로 시야를 넓히고,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발상으로 과감한 도전과 투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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