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의 확정판결이라도 위헌 소지가 있다면 이를 따져볼 절차를 두는 건 국민의 기본권을 한층 두텁게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 대법원 판결은 판례로 정립돼 다른 수많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절한 견제 장치도 필요하다. 4심제가 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헌법 위반과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사건으로 소원 대상을 한정한다면 그런 걱정은 기우에 그칠 거라는 게 재판소원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경우 재판소원 접수 사건 중 본안 심판에 회부되는 건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재판소원으로 판결 확정이 지연되고 법률 비용이 커지는 건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이다. 패소한 쪽에서 소송 지연을 목적으로 헌재까지 끌고 가는 악용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서민들은 감당할 수 없는 추가 소송비용을 안게 된다는 게 대법원의 우려다. 헌재가 재판소원으로 늘어날 업무를 감당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2022년 재판소원을 도입한 대만은 그해 헌법재판소의 접수 사건 수가 전년 대비 6배나 폭증했다고 한다. 재판소원이 자칫하면 헌법소원 등 헌재가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재판소원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무산된 것도 이런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헌재가 심사할 사건을 어떤 기준으로 걸러낼지, 소송이 남용될 가능성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달 말 법안 통과를 목표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졸속으로 밀어붙이다간 사법 체계의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을 중심에 놓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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