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확실성' 공포에 빠진 기업…성장 전망치도 급락

10 hours ago 2

입력2026.03.27 17:34 수정2026.03.27 17:34 지면A23

중동 사태가 한 달째 이어지자 기업들의 불안 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4월 기업심리지수(CBSI) 전망치는 제조업 95.9, 비제조업 91.2로 각각 3.0포인트, 5.6포인트 하락했다. 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다. 100을 웃돌면 기업심리가 낙관적,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중동발 악재를 단순 위협이 아니라 공포로 느끼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기업 경영의 최대 적은 불확실성이다. 글로벌 시장은 종전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며 연일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공격 유예 선언으로 물꼬를 트는 듯하던 휴전 협상은 교착 국면에 빠졌다. 미국과 이란 양측이 끝내 출구를 찾지 못한다면 이번 전쟁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설령 전쟁이 멈춘다고 해도 치명적인 균열이 난 글로벌 공급망을 복구하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소요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과거 질서로 돌아가기 힘든 고통스러운 뉴노멀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심리 위축은 투자·고용 절벽으로 이어져 실물경제 위기로 번진다.

거시경제 지표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번 중동 사태 여파를 반영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0.4%포인트 낮췄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0.9%포인트 높아진 2.7%로 조정했다. 저성장 속 물가 상승이 고착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우리 경제를 덮치고 있다는 경고다. 이제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복합위기를 돌발 외부 변수가 아니라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상시적이고 구조적인 리스크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막연한 공포는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그 침체가 더 큰 공포를 낳는 악순환을 부른다.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는 게 급선무다. 불확실성의 안개를 걷어낼 공급망 다변화와 에너지 안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정확한 위기 진단과 일관된 정책 방향, 신속한 대응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