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모 집 비운 새 또 희생된 ‘나 홀로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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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밤 부산 기장군 한 아파트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새 8세, 6세 자매가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부모가 외출하며 켜둔 에어컨 주변 멀티탭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4일 부산진구 아파트에서 부모가 새벽 청소 일을 나간 동안 10세, 7세 자매가 불길에 숨진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같은 부산에서 비슷한 참변이 발생한 것이다. 이웃 주민들은 “불 속에서 출구를 찾아 헤맸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이번에 희생된 자매는 평소 부모가 운영하는 치킨 가게에 딸린 작은 방에서 공부하다 오후 8시 어머니와 함께 귀가하고 아버지는 남아 자정 무렵까지 일을 했다고 한다. 사고 당일에는 부부 모두 평소보다 일찍 가게 문을 닫고 귀가했다가 외출한 상태였다. 대개는 집이 가장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린이 안전사고의 절반가량은 집에서 발생한다. 특히 보호자가 없을 때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올 2월에도 인천의 한 빌라에서 부모가 신장 투석 치료와 식당 일을 위해 집을 비운 사이 12세 여아가 화재로 숨지는 일이 있었다.

자녀가 12세 미만인 경우 정부의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용 신청을 하고 평균 한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문턱이 높다. 특히 밤이나 새벽, 주말 같은 돌봄 취약 시간에 쓸 수 있는 긴급돌봄 서비스의 경우 돌보미 인력이 부족해 10번 신청하면 4번은 실패할 정도로 이용이 어렵다고 한다.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홀로 방치되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어느 시간대이든 돌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지역 기반의 촘촘한 돌봄 망을 짜야 한다.

부산에서 연달아 발생한 비극적 사고를 보며 아이를 혼자 두는 일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에서는 12∼16세 미만 아이를 보호자 없이 방치할 경우 엄벌한다. 한국도 비슷한 법규를 두고 있지만 연령대가 명시돼 있지 않고 법 규정도 모호한 편이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어린 자녀를 집에 떼놓고 나가는 부모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아이를 혼자 둬도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이 퍼져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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