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을 위반하는지 판단해달라는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인 첫 사례가 나왔다고 한다. 법원이 중대재해법의 위헌 소지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어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 부산지방법원 형사4-3부는 최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 재판 중인 한 건설사 대표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경영자가 사업장의 모든 공정을 세세하게 알기 어렵고, 공정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업들이 호소한 문제점을 그대로 지적한 것이다.
앞서 2022년 창원지법에서도 중대재해법 위헌 제청 신청이 있었지만 기각됐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법원이 재판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 판단을 요청하는 제도다.
중대재해법은 2022년 1월 시행 전부터 위헌 논란이 컸다. 포괄적 규정이어서 어떤 재해 예방인지가 명확하지 않고, 원청에 지나치게 가혹한 형사 책임을 추궁한다는 이유에서다. 직접 책임이 있는 하청보다 사업주나 원청에 더 중한 처벌을 내리는 것도 책임주의와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2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1860여 명으로 법 시행 첫해인 2022년보다 오히려 12% 늘었다.
경제계는 그동안 꾸준히 중대재해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심지어 미국상공회의소까지 한국의 과도한 기업인 형사 처벌이 사실상 비관세 장벽이라며 문제 삼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미국발 관세 폭탄의 명분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야당과 노동계는 이런 우려를 철저히 외면한 채 오히려 지난해부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을 50인 이상에서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이제 공은 헌재로 넘어갔다. 헌재에서는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단체와 여러 중소기업이 제기한 중대재해법 위헌 헌법소원도 심리 중이다. 중대 재해를 막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예방과 제도적 지원이다. 헌재가 산업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이 막무가내 ‘기업인 처벌법’에 제동을 걸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