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상속세 개편을 놓고 정책 대결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이 10억원(일괄공제, 배우자공제 5억원씩)인 상속세 면제 한도를 18억원(일괄 8억원, 배우자 10억원)으로 늘리는 안을 내놓자 국민의힘은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유산취득세 전환으로 맞붙었다. 여야가 국민적 관심사인 상속세 개편을 놓고 민생정책 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일단 바람직하다.
가혹한 상속세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취지에 비춰볼 때 국민의힘 제안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더 적합하다고 본다. 배우자 간에 상속세를 물리는 것은 상속세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세대 간 부의 이전에 부과하는 것인데, 동일 세대인 부부간에도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과세다. 배우자는 재산 형성에 공동으로 기여한 단일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이런 연유로 배우자 상속에는 과세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28년째 배우자 상속 한도가 그대로다. 그간 경제 성장과 국민의 자산 증가를 놓고 봐도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낡은 제도에 매여 있다. 여기에 우리 사회 고령화 추이까지 감안하면 배우자 간 상속세는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할 필요가 충분하다.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은 갈라파고스적 상속 세제의 전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유산세를 채택한 나라는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뿐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가 있는 19개국 중 15곳은 상속인별 상속분을 기준으로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쓰고 있다. 실제 상속받은 만큼만 세금을 내는 응능(應能)부담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민주당은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만 늘린 자체 안을 주 52시간제 예외를 제외한 반도체특별법처럼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인데, 다수당의 폭거로 비난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민주당이 상속세 개편에 진심이라면 패트스트랙 추진을 거두고 국민의힘과 협의에 나서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