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당 늘었지만 투자는 정체…밸류업 지속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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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3.30 17:20 수정2026.03.30 17:20 지면A31

한국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해 현금 배당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한경 보도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0개 기업의 2025년도 결산 배당금이 48조원으로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10곳 중 6곳이 배당을 확대했다. 기업 실적 개선과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던 한국 증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주주환원을 늘리는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

문제는 그 이면이다. 같은 기간 기업의 전체 설비투자는 269조원으로 정체 상태를 나타냈다. 배터리, 철강, 화학 등 업황 부진에 시달리는 기업이 일제히 투자를 줄였다. 반도체와 방위산업 업종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지만, 전체 금액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이유는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 중국의 저가 공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까지 겹친 상황이다. 대규모 선행 투자를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배당 확대를 이유로 제자리에 그친 투자 둔화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배당은 현재의 성과를 나누는 행위이고, 투자는 미래를 여는 결정이다. 한국 제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온 힘도 과감한 투자에서 나왔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 1위 기업 테슬라는 배당을 하지 않는다.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도 없다. 아마존 역시 주주에게 현금을 돌려주기보다 투자와 연구개발(R&D), 사업 확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키우는 성장 모델을 택해 왔다. 주주가치 증대의 원천은 배당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배당을 늘리는 대신 투자를 소극적으로 하는 흐름이 굳어지면 기업 성장의 기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배당은 단기적으로 주가를 받칠 수 있어도 성장의 원천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정부는 세제 지원 확대,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이것이 건강한 밸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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