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선고한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111일 만이다. 계엄의 위헌을 인정해 탄핵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60일 이내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기각 또는 각하 땐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탄핵 찬반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전진과 후퇴를 가르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탄핵 심판이 갈등의 끝이어야 하지만, 분단 상황과 같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의 극단적 분열상을 보면 그 이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 찬반 세력은 상대를 정당한 경쟁자가 아니라 마치 죽여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탄핵 찬반 집회에선 ‘총’ ‘단칼’ ‘처단’ 등 섬뜩한 언어가 횡행하고, 국론은 찢어졌다. 헌재 불복 여론조사 응답은 40%대에 이를 정도다. 여야는 갈등을 보듬고 치유 노력을 하기는커녕 광화문에 천막당사를 치고 헌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불복을 부추기고 있다. ‘물리적 내전 예고’ ‘복귀 땐 제2 계엄’ ‘기각 땐 제2의 4·19’ ‘유혈사태’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고, 한 야당 의원은 선고 기일이 지정되자마자 불복, 저항을 입에 올리며 헌재 압박에 나섰다. 파멸을 원하지 않는다면 정치권부터 승복 메시지를 내는 게 마땅하지만, 허망한 주문이 될 것이라는 불안이 엄습해온다.
그런 점에서 헌법재판관들의 책임과 무게감을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통치 체계의 근본인 헌법은 본질적으로 추상성을 띤다. 재판관의 정치 성향이 심판 결론에 반영될 여지가 넓고, 실제 그런 의심 사례들이 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리 과정에서도 절차적 정당성과 불공정 시비가 일어나고 불신을 산 것은 유감스럽다. 결론마저 이런 후유증을 남겨선 안 된다. 헌법재판소법 제4조대로 양심과 법리에 따라 막판까지 문구 하나하나 고심을 거듭해 논리적 흠결이 없는 심판서를 남겨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설득하고 분열을 줄일 수 있다. 탄핵에 대한 헌재의 심판이 불가역적인 단심제여서 더욱 그래야 한다.
대한민국은 위기가 겹겹이 몰려오면서 칼날 위에 서 있다. 넉 달가량 반신불수나 다름없는 국정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여야 정치인의 책임이 무겁다. 헌재의 이성적인 판단과 정치권, 국민의 냉정과 자제가 더없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