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불법 증축과 샌드위치 패널이 무고한 14명 목숨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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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공장 건물이 20일 발생한 대형 화재로 3층 구조가 종잇장처럼 구부러진 채 내려앉아 있다. 이 화재로 14명이 숨지고 소방대원을 포함해 60명이 다쳤다. 화재는 근로자들이 쉬던 점심 시간에 발생했다. 이 때문에 다수가 대피하지 못한 채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2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공장 건물이 20일 발생한 대형 화재로 3층 구조가 종잇장처럼 구부러진 채 내려앉아 있다. 이 화재로 14명이 숨지고 소방대원을 포함해 60명이 다쳤다. 화재는 근로자들이 쉬던 점심 시간에 발생했다. 이 때문에 다수가 대피하지 못한 채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일 대전 대덕구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는 가연성 물질 관리 소홀, 적절한 대피 경로 부재, 고질적 안전 불감증 등에 따른 복합적 인재(人災)였다. 특히 반복된 불법 증축으로 환기와 대피를 어렵게 한 점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망자 14명 가운데 9명이 한꺼번에 발견된 휴게시설은 당초 건물 3층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설계 도면과 대장에는 없는 2층의 복층 공간이었다. 공장 설비 반입을 위해 높게 설계된 층고를 이용해 한 개 층이었던 공간을 임의로 두 개로 쪼갰다. 억지로 만든 공간이다 보니 창문은 건물 정면이 아닌 옆면으로 향해 있었고 다른 층에 비해 크기도 작았다. 유독가스가 빠져나가기 어렵고 유사시 대피가 쉽지 않은 구조였다. 1996년 준공된 공장은 2010년, 2011년, 2014년 잇달아 땜질식 증축을 거듭했지만 지방자치단체나 소방 당국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불법 증축은 대형 참사 때마다 피해를 크게 키우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159명이 숨진 2022년 이태원 참사 때는 해밀턴호텔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우면서 도로 폭이 좁아져 병목현상이 빚어졌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47명이 숨진 2018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23명이 희생된 2024년 경기 화성 아리셀 배터리공장 화재 때도 불법 증축, 구조 변경이 대피를 어렵게 해 화를 키웠다.

이번 화재를 통해 산업현장 안전 관리의 허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불이 난 건물은 불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했다. 38명이 사망한 2020년 경기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 아리셀 화재 등 샌드위치 패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경우가 많았다. 이번엔 스티로폼은 아니고 난연 2급 패널을 사용했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금속을 깎을 때 쓰는 절삭유와 기계에 쌓인 기름때가 공장 곳곳에 방치돼 있었고, 물과 접촉하면 폭발 위험이 큰 금속 나트륨을 취급하면서도 특수 소화 설비와 안전 대책은 미비했다.

거듭되는 대형 화재에도 불법 증개축, 샌드위치 패널 등 구조적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건축물 안전 관리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했는데 이번에야말로 사후약방문에 그쳐선 안 된다. 산업현장의 안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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