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에게 회동을 먼저 요구한 것은 장 대표였다. 지난달 이 대통령과 여야 7개 정당 지도부의 오찬 회동 참석을 거부하며 영수회담을 요청했고, 이달 4일에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재차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바로 그 연설에서 장 대표는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마주 앉아 현안을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불안을 덜 수 있다’고 공언했다. 12일 최고위 시작 때까지도 미국의 관세 인상, 지방행정 통합 등을 주요 회동 의제로 꼽으며 당장 풀어야 할 시급한 현안이 한둘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래 놓고 회동 직전 갑자기 자신의 요청으로 성사된 자리를 걷어찼다. 자신이 그간 해온 발언을 스스로 뒤엎은 것이다.
장 대표는 불참 이유로 여당의 입법 독주 등을 들었지만 이는 이번에 갑자기 나온 이슈도 아니다. 더욱이 회동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했어야 할 사안이다. 장 대표가 심각하다고 여기는 정부·여당의 문제점을 회동에서 조목조목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 변화를 요구할 수도 있었다. 그것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기대하는 야당의 책임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장 대표는 이와 정반대였다. 대통령과 만나 해결점을 찾아야 할 문제를 오히려 만남을 거부하는 구실로 앞세웠다. 의석수도 지지율도 여당에 크게 밀리는 소수 야당이 어렵게 마련된 대통령과의 대화마저 등 돌리고서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도 거부했다. 필수의료 지원법 등 여야 간 이견이 없는 80여 개 민생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이미 합의된 상태였지만 그마저도 뒤집었다. 법안들은 결국 일부만 국민의힘 없이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그간 민생 문제에선 적극 협력하겠다고 수차례 밝혀 왔다. 장 대표 역시 이날 ‘이번 회동에서 정쟁 대신 민생만 얘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야 간 어떤 정쟁이 있더라도 회동 약속만큼은 지키고 민생 법안은 함께 처리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이다. 장 대표는 그런 상식마저 외면했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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