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노동 싱크탱크인 ‘노동정책 연구회’가 출범했다는 소식이다. 최근 열린 회의에서 자문과 과제 설계를 맡을 분야별 전문가 27명이 확정됐고, 박수근 한양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운영 계획과 향후 일정이 논의됐다. 연구회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고용정책, 산업안전 등 4개 분과로 구성된다. 명칭은 ‘연구회’지만, 분과별 과제를 중심으로 실행 로드맵을 마련하는 등 사실상 정부의 노동정책을 직접 설계·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정책적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자문 기구를 운용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이 그럴 때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미국발 관세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주력 산업의 지형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과 기업 경쟁력 강화에 정부 역량을 집중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대규모 노동 싱크탱크를 새로 만드는 것이 과연 정책 우선순위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한국노동연구원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이 이미 존재한다. 가뜩이나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명돼 노동정책이 반기업적으로 치우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단체교섭 대상을 사실상 원청으로까지 확대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법정 정년 연장과 주 4.5일 근무제 등에 대한 정부의 추진 의지도 확고해 보인다. 이 대통령이 “미필적 고의 살인”이라고 질타한 산재 사고 처벌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싱크탱크는 진보 성향 교수·학계 인사 중심으로 구성돼 정책 설계 과정에서 경제계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워 보인다. 노동정책의 균형이 무너지면,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 싱크탱크가 아니라 경제 활력과 기업가정신을 고양할 수 있는 싱크탱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