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A- 이하 회사채가 전체 발행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3월 홈플러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저신용 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지만 전체 자본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지난 두 달여간 공모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비우량(BBB+) 등급 기업은 한진이 유일하다고 한다. 업황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건설, 석유화학, 2차전지 관련 기업은 물론 제2 금융권도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주요 그룹 소속이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계열사들은 자칫 회사채 수요 예측이 부진할 경우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어 발행 자체를 꺼리는 실정이다. 회사채 발행이 급감한 건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과 거액 자산가들이 부도 가능성에 저신용 회사채 투자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대규모 투자를 앞둔 우량 기업들의 자금 사정도 녹록지 않다. 국내 상장사의 2023년과 2024년 유무형자산순취득액(투자)은 각각 292조원, 305조원으로 기업 경영으로 벌어들인 영업활동현금흐름 246조원, 294조원을 크게 웃돌았다. 공장·설비 등의 과감한 투자로 잉여현금흐름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기업들은 이렇게 부족한 자금을 유상증자 등을 통해 메우려 하지만 당국의 규제와 소액주주의 입김이 세져 증자 또한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같은 자본시장 경색은 자칫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정상적 경영에 차질을 빚도록 한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투자자들의 과도한 불안 심리 때문에 일시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옥석을 가려 숨통을 터줄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은 계획만 세워놓고 집행을 미루고 있는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60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건설 관련 펀드 등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이른 시일 내 가동해야 한다. 연말로 끝나는 하이일드펀드 투자자에 대한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연장해 BBB등급 이하 회사채 수요를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