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 생산 돕는다더니…'도루묵' 된 전기차 보조금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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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가 어제 전기자동차 보조금을 받을 제조사 평가기준을 확정해 발표했다.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애초 취지가 크게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평가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기후부가 3월 공개한 초안은 취지가 명확했다. 국내 산업 기여도 등 평가를 통과한 제조사의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해 국내 생산·고용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 비야디 등 수입 전기차를 차별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 특허 및 연구개발(R&D) 투자, 신용평가등급, 직영 서비스센터 보유 현황 등의 항목에서 불리하다는 비판이 수입차업계 등에서 나왔다.

일부 국회의원까지 문제 삼자 기후부는 한 달여 만에 기준을 뒤집었다. 100점 만점에 80점이던 커트라인은 60점으로 낮아졌다. 신용평가등급 항목은 아예 삭제했고, 서비스센터도 직영뿐 아니라 협력센터까지 인정 범위를 넓혔다. R&D 투자지표는 초안에서는 국내 투자 실적만 인정했으나, 수정안은 국내 법인이 아니라 본사 실적까지 반영하도록 했다. 공급망 기여도 평가 역시 일부 기준을 완화했다. 정부는 다음달 제조사 평가를 한 뒤 7월부터 새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대부분 제조사가 기준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돼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세계 각국은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산차와 수입차 가리지 않고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 결과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이번 수정안은 논란 소지를 없애느라 정책 목표가 모호해졌다. 전기차 100만 대 시대에 걸맞게 보조금 정책을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치중하다가 국내 산업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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