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권을 침해하고 교육 활동을 방해해 서면 사과, 재발 방지 서약 등의 처분을 받은 학부모가 281명으로 1년 새 2.4배가 늘었다. 2023년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으로 교권 보호 4법이 통과됐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학부모의 악성 민원 앞에서 무력하다고 호소한다.
동아일보가 만난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불합리한 민원이나 보복성 소송에 시달리고 있었다. 학생에게 수업 중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지도했다가 학부모로부터 “인권 침해 아니냐. 선생이 그래도 되냐”며 폭언을 수차례 들었고, 숙제를 안 해 온 학생에게 주의를 줬더니 “공개적 면박은 학대”라는 민원을 받았다. 이런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지만 학부모가 그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하면서 오히려 교사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시행 직후인 2023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1065건에 달할 정도로 무분별한 신고가 이뤄졌다. 당시 교육부는 학부모가 교사 개인 연락처로 민원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학교마다 별도의 민원대응팀을 두도록 했다. 이 역시 인원과 예산 부족으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최근 사망한 제주 중학교 교사도 밤낮으로 집요한 민원 전화에 시달렸다고 한다.
학부모의 부당한 간섭으로 교사는 가르치길 포기하고 심지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지난해 정년을 채우지 않고 중도 퇴직한 교원 수는 919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저연차 교사의 이탈이 심각한 상황이다. 교단에 남은 교사들은 아동학대로 신고당할까 봐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어도 모른 척하고, 학부모 민원을 우려해 시험을 쉽게 출제하고, 급식 등 생활지도를 아예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교사가 위축되고 무기력해지면 아이가 학교에 가도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그래서 ‘교육의 질’은 학부모 수준을 넘을 수 없는 것이다. 학부모 스스로 학교를 망가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이 절실하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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