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세 폭탄' 투하 전인데 역성장…외환위기급 폭풍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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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24 17:39 수정2025.04.24 17:39 지면A35

한국 경제가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지난 1분기 최악의 건설경기와 내수·수출 동반 부진이 가져온 걱정스러운 성적표다. 미국발 관세 폭탄의 영향이 본격화하는 2분기부터 역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은 -0.2%였다. 애초 예상(0.2%)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치다. 건설투자(-3.2%)를 비롯해, 수출(-1.1%), 민간·정부소비(각 -0.1%)가 감소한 여파다.

지난해 2분기 -0.2%와 3·4분기 각각 0.1%에 이은 네 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이다. 전례가 드문 1년간 부진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4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2% 증가로 반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와 코로나19 사태(2020년) 때도 역성장은 두 분기 연속이 최대였다. 선수요가 몰린 1분기가 이 정도니, 경기가 이미 심각한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통상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면 기술적인 경기 침체로 간주한다. 올해 성장률이 1%를 밑돌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단기 경기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투입을 서둘러야 한다. “위기 대응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는 호소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지방 추가 주택 양도세 중과 면제 등 건설경기 대책도 시급하다. 산업과 기업 경쟁력 제고도 이어져야 한다. 무역 전쟁이 터지자 각국의 밑천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내수와 안보 기반이 취약해 관세 협박에 속수무책이다. 세계 시장에서 대체 불가로 평가받는 기업은 조선, 반도체(HBM)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등 첨단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과 대조된다.

하지만 정치권은 눈앞에 닥친 퍼펙트 스톰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각 당의 대선 공약은 정년, 주가 등 개인 표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관세로 허리가 휠 지경인 기업에 주주 우선 상법 개정, 법정 정년 연장 등과 같은 족쇄까지 채우겠다고 한다. 오일쇼크 외환위기 등 대형 국난 직전의 안일한 인식과 대응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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