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군함 파견 압박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안보 무임승차론을 꺼내 들며 파병 여부를 “기억해 두겠다”는 위협성 발언까지 했다. 처음엔 이란과 가까운 중국에까지 동참을 요구하면서 ‘떠보기 아니냐’는 관측도 낳았지만, 이달 말로 예정된 중국 방문을 연기하면서 압박의 범위를 동맹으로 좁히는 모양새다. 한국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전화를 걸어 ‘호르무즈 해협 안전을 위한 긴밀한 소통’을 내세웠다.
각국은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미국 방문을 앞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계속 검토 중이다”라고만 했다. 다만 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이건 유럽의 전쟁이 아니다” “우리는 이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다” 같은 분명한 거부 의사도 나왔다.
동맹으로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어느 나라도 지난 70년간 지속된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에서 벗어나 미국의 원망을 사는 모험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요구엔 무리한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습하면서 어떤 동맹과도 상의하지 않았고, 이후 이해를 구하려 하지도 않았다. 한데 이제 와서 그 뒷감당을 같이 하자며, 그것도 위험 부담이 큰 ‘죽음의 지대(kill box)’ 작전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사실 이번 전쟁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초불확실성에 있다. 뚜렷한 목표와 출구 없이 전쟁을 시작한 탓에 미국은 그토록 경계하던 ‘끝없는 전쟁’의 수렁에 이미 한 발 빠진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는 당장 우리에게도 절실하지만 자칫 그것이 확전의 불쏘시개로 작용할 위험성도 크다. 적어도 미국이 이 전쟁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는 알아야 한다. 무엇을 얼마나 언제까지가 없는 백지 청구서를 무턱대고 받아들일 동맹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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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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