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CU 편의점의 상품 물류를 담당하는 BGF로지스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어제 운송료 7%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경남 진주 CU물류센터 앞을 막고 집회를 벌이던 화물연대 조합원이 대체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지 10일 만이다. 양측이 더 이상의 불상사 없이 합의점을 찾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정부를 포함한 이해당사자가 빠른 사태 수습에만 몰두한 탓에 개인사업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원청 교섭을 둘러싸고 더 큰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도 많다.
무엇보다 어정쩡하게 넘긴 화물연대의 법적 지위가 큰 논란거리다. 개인사업자인 화물차주로 구성된 화물연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있지만 정부가 인정한 정식 노조가 아니다. 법외 노조인 만큼 원칙적으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에 따른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 고용노동부가 애초 “이번 사안은 노란봉투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화물연대는 BGF로지스와의 합의에 대해 벌써 ‘단체교섭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법 테두리 안에서 진행된 교섭 절차가 아닌데도 실질적 노조 지위를 인정받는 계기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법적 지위 혼선은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화물연대에 위임한 교섭권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최근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노조가 아닌 화물연대에 교섭권을 위임한 편법 교섭을 정부기관이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노조법의 근간을 흔드는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당사자인 CJ대한통운은 재심을 신청할 것이라고 한다.
화물연대를 포함한 택배, 배달, 플랫폼 등 개인사업자단체에 원청 교섭권을 부여해도 될지, 부여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국가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노란봉투법에 따라 원청 교섭권을 전면 인정하면 산업계 전반에 걸쳐 원청 교섭 요구가 무차별적으로 늘어날 게 분명하다. 파업도 사실상 합법화된다. 예전 화물연대의 불법 파업이 유통과 택배는 물론 자동차와 정유 물류까지 멈춰 세웠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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