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39곳의 개강이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시설 확충과 교수 충원이 차질을 빚으며 정상 개강이 어려운 상황이다.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해 학교를 떠난 학생들도 돌아올 기약이 없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의대는 학생도 없고 교수, 시설도 갖추지 못한 채 ‘개점휴업’ 중이다.
충북대 의대는 올해 신입생 125명, 1학년 휴학생 49명을 합쳐 예년보다 3.6배가 늘어난 약 170명의 학생을 가르쳐야 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충북대 의대를 직접 찾았더니 대형 강의실은 늘어난 학생을 수용하기에 작고 누수가 발생할 만큼 낡았고, 동아리방을 개조한 소형 강의실은 16개 중 4개만 완공됐다. 교수 채용이 원활하지 않아 수업이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진행한 의대 교수 채용에서 당초 모집 인원(39명)의 70%(27명)밖에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충북대 의대뿐만 아니라 종전보다 정원을 많이 늘린 다른 지방 의대도 비슷한 처지다. 특히 정부 지원이 없는 지방 사립대는 교수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당장 강의실을 늘리기 어려우니 2부제 수업 편성까지 거론된다고 한다.
시설, 교수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내년 정원 규모, 증원의 지속성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니 대학이 투자를 하려 해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전체 의대생의 95%(1만8343명)가 휴학 중이고, 복학 신청은 미미한 수준이다. 내년 정원 규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음 달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기존 정원 대비 10% 이상 늘어난 의대 30곳의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데 이러다가 무더기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정원이 1.5배인 150명으로 늘어난 원광대 의대는 최근 의평원 중간 평가에서 탈락했다. 증원분이 반영되지 않은 지난해 받은 평가인데도 교육의 질이 미흡하다는 결론이 났다.그간 정부와 의료계는 평행선을 달리며 학생도, 교수도, 시설도 없는 ‘3무(無) 의대’를 방치해 왔다. 정부는 리더십 공백 속에 의정 갈등을 해결할 의지조차 상실한 듯하다. 내년 정원 규모부터 서둘러 합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올해 입시까지 꼬이면서 의대 정상화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