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 준수를 넘어 헌법 수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고위공직자를 엄벌한 이번 판결은 민주·법치 국가의 공직자와 관료 사회에 그 헌법상 책무와 자세를 일깨웠다. 구형보다 훨씬 무거운 중형이 선고된 데는 12·3 계엄이 과거의 군부 쿠데타보다 더 큰 해악을 끼친 ‘위로부터의 내란’ 친위 쿠데타였으며, 그것도 선진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시대착오적 행위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높은 성숙도에 맞춰 공직자에게도 권력의 감시자, 남용의 제동자로서 더 큰 책임을 요구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내란을 방조한 것을 넘어 내란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정부 2인자로서 헌법 수호의 책무가 있음에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작위(不作爲)는 곧 내란 동참과 다를 바 없으며,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의 절차적 요건을 갖추도록 하고 언론사 단전·단수 이행까지 논의하는 등 내란 중요임무에도 적극 종사했다고 본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정권을 가리지 않고 중용된 엘리트 관료로서 ‘처세의 달인’으로 불렸다. 그로선 망상에 사로잡힌 권력자의 망동을 누가 말리고 저지할 수 있었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내란의 밤에 계엄을 적극 반대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데 이어 대선 출마까지 선언하는 기회주의적 처신을 보였다. 법원이 “내란이 성공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 일원으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단언한 배경일 것이다.선출된 권력자인 대통령이 국정 최고책임자라면 정부 최고위 임명직인 총리는 국정 조력자에 그치지 않는 분담자일 것이다. 상명하복이 엄격한 군 지휘관들조차 다양한 방식으로 내란에 저항했는데, 최고위 공무원으로서 한 전 총리는 군인 경찰 시민만큼의 몫도 감당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어느 개인에 대한 단죄를 넘어 공직자 모두를 향한 준엄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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