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율주행 기술 선두 주자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일본 종합상사 가네마쓰와 자율주행 기술 공동 사업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그제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에이투지 자율주행 기술의 일본 시장 진출 및 실증 추진, 일본 내 인증·법규 공동 대응, 합작법인 설립 검토 등을 진행한다. 우리 기업이 국내에서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규제의 벽을 넘어 해외로 떠나는 현실이 한국 자율주행 정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에이투지는 국내 13개 지역에서 자율주행차 55대를 운행하며 국내 최장인 약 68만㎞의 누적 운행 거리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운행은 ‘실증사업’이란 이름 아래 이뤄진 것으로, 현행법상 유상 운송이나 완전 무인 자율주행은 불가능하다. 반면 일본은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2023년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특정 조건 아래 완전 무인 운행이 가능한 ‘레벨4 자율주행’을 공식 허용했다. 우리 기업이 ‘일본행’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과 중국 역시 이미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상용화하며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구글의 웨이모와 테슬라는 레벨4 기술 기반의 로보택시를 운영 중이다. 중국 역시 정부 주도로 실증 사업을 빠르게 상용화 모델로 전환하며 자율주행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통신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와 제도 미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실증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상용화를 위한 제도화와 도로 인프라 구축은 요원하기만 하다. 기술 개발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조차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자율주행 성능 개선을 위한 필수 조건인 주행 데이터는 비식별화된 영상만 활용할 수 있도록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글로벌 자율주행산업은 2033년 9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이상 이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