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교역상대국을 대상으로 높은 상호관세를 물리기 시작한 지 13시간 만에 관세전쟁의 방향을 크게 틀었다. 미국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에 나선 중국에 대해선 125%의 초고율 관세를, 그 외 한국 등 70여 개국에 대해선 상호관세를 유예하고 10%의 보편 관세만 물리기로 했다. 그 영향으로 국내외 증시가 반등했지만, 미중 통상갈등 확전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한국으로선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대중 관세를 즉시 125%로 인상한다”고 했다. 104% 관세를 맞은 중국이 미국 수입품에 85% 보복관세를 물리며 정면대응하자 관세율을 21%포인트 더 높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반면 다른 나라들에 대해선 90일간 상호관세 적용을 유예하고, 이 기간 중에는 10%의 보편 관세만 부과한다.
이번 조치는 증시 폭락과 금융시장 불안 확산, 커지는 경기침체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무역전쟁의 핵심 표적인 중국이 유럽연합(EU) 등과 연대해 미국에 맞서지 못하도록 중국만 따로 떼어 고립시키려는 ‘갈라치기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미국 나스닥 지수가 하루 상승 폭 기준으로 24년 만의 최대인 12% 폭등하는 등 중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국 증시가 동반 반등했다.
하지만 한국은 25% 관세가 유예된 데 안심할 여유가 없다. 1, 2위 수출 대상국인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이 단절될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미중 갈등이 계속되면 양국 상품교역이 최대 80%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대중 수출품의 86%는 미국 등으로 팔려나가는 중국산 완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다. 한국 대미 수출의 27%를 차지하는 자동차에 붙는 25% ‘품목별 관세’도 그대로 유지돼 수출 감소 우려가 여전하다.미국과 협상할 90일의 시간을 번 게 그나마 긍정적이다. 그사이 정부는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거론된 조선업 협력,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등 여러 의제들 중에서 국민 다수, 정치권이 동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를 기본 전제로 놓고 수출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 다각화, 대체 시장 개발도 총력으로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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