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5대 그룹 총수 및 경제 6단체장과 간담회를 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글로벌 통상 위기 극복이라는 한국 경제의 가장 시급한 도전 과제를 논의한 자리였다. 취임 9일 만에, 그것도 이재명 정부의 지지 기반인 노동계에 앞서 경제계 인사들을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정부와 기업이 위기 극복을 위해 하나가 되는 ‘원팀 코리아’의 모습을 보여준 점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것이 결국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라며 “그 핵심이 바로 경제고,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또 행정 편의를 위한 규제들은 과감하게 정리할 생각”이라며 규제 완화에 강한 의지를 보인 점은 환영할 만하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최근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투자를 촉진할 규제 철폐는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작년말 첨단기업 44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규제 체감도 조사’에서도 기업의 53.7%가 “규제 수준이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직접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자고 말한 점도 바람직하다.
재계는 이 자리에서 민관이 공조해 위기를 극복하자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경제 위기도 대통령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민관이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기업들도 해법을 모색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공정한 시장 조성을 위한 규제를 언급한 건 경제계에 다소 부담스럽다. 취임 이틀 만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인력 충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생명과 안전을 위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더 센’ 중대재해처벌법을 예고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경제계에서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의 경제계 간담회가 취임 후 처음인 만큼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다. 어제 만남이 그저 그런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계의 조언과 제안이 새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