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러시아 파병을 발표한 것은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파병 자체는 이미 알려졌지만, 허위·과장이라고 일축해 온 러시아에 이어 북한도 이틀 간격으로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군사적 협력 지속 및 강화 선언으로 봐야 한다. 다음달 9일 러시아 전승절에 북한 김정은 참석을 계기로 파병 반대급부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점쳐져 한반도 안보는 더욱 엄중해지고 있다.
러시아 기술은 북한이 최근 잇달아 과시한 현대화한 전략 무기들에 이미 들어가 있다는 분석이다. 위상배열 레이더와 전술핵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5000t급 신형 구축함, 건조 중인 핵추진 잠수함이 대표적이다. 무한 잠항이 가능해 탐지가 어려운 핵추진 잠수함이 실전 배치된다면 우리 안보망은 속수무책으로 뚫릴 수 있다. 전방 우리 군과 무기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에도 러시아의 레이더 등 핵심 기술이 이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양산을 선언한 드론도 위중하다. 이 역시 러시아에서 제작·조종 기술 등을 전수받은 것으로 파악되는데, 벌떼 공격에 나선다면 우리 방공망으로 막기 어렵다. 초보적인 북한의 소형 무인 비행체조차 여러 차례 남측 상공을 휘젓고 다닌 마당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과 포탄을 제공하고 첨단 방공 장비를 받을 것이라고 미국이 밝혔는데, 우리 선제타격시스템인 ‘킬체인(Kill Chain)’ 무력화도 우려된다. 김정은이 언급한 ‘중간계선 해역’은 북방한계선(NLL)을 무시한 자의적인 경계선일 가능성이 높고, 도발의 빌미로 삼을 수 있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제 북한 핵·미사일만이 아니라 재래식 전력도 큰 위협이 됐다. 그러나 우리 안보 상황은 걱정스럽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확장 억제력 합의가 흔들리고, 주한미군 역할 조정론도 나온다. 미·북 직거래설도 끊임없다. 대선 후보들은 안보관을 분명히 하고 자강(自强)을 위한 비전을 내놔야 한다. 북한 핵잠수함을 막을 유일 수단인 핵잠수함 건조를 위해 미국을 설득할 전략도 강구해야 한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도 “우리와 관계없는 먼 나라의 일”이란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안보를 논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