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에 '텃밭 유럽' 내준 K배터리…한국판 IRA 도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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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01 17:39 수정2025.07.01 17:39 지면A31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이 헝가리 데브레첸 인근에 유럽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는 한경 보도(7월 1일자 A1, 4, 5면)다. 건설 비용이 11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생산시설로 매년 전기차 120만~160만대분의 배터리를 쏟아내게 된다. 2023년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60.4%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엔 이 비중이 37.2%까지 내려왔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의 거센 공세 탓이다. 헝가리 공장까지 가세하면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중 배터리 기업의 운명은 자금 동원력에서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ATL은 데브레첸 공장 건설 대금의 절반이 넘는 6조2000억원(46억달러)을 홍콩 증시 이중 상장과 유상증자로 조달했다. 선전 증시를 통해 이 회사에 투자한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됨에도 중국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CATL은 정부로부터 매년 1조원이 넘는 직접 보조금과 투자액의 175%에 달하는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은 정반대 상황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자금줄이 말라붙어 꼭 필요한 투자도 못 하고 있다.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할 수 있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이나 대규모 유상증자는 시도할 분위기가 아니다. 정부의 지원도 없다시피 하다. 첨단산업 세액공제는 영업이익을 내야 받을 수 있어, 적자에 빠진 배터리 업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을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배터리와 전기차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을 참고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배터리는 한국의 주력 산업 중 하나로 전자, 자동차, 소재, 화학 등 다양한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배터리가 흔들리면 여러 업종의 공급망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IRA 도입을 서두르고, 지원 규모도 중국과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배터리산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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