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WTO 체제 종식 선언한 美…위태로워진 '수출 한국'

1 month ago 10

입력2025.08.08 17:38 수정2025.08.08 17:38 지면A23

세계 최대 시장을 가진 미국이 자유무역주의를 상징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종식을 공식화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각국과 벌이는 무역 협상을 ‘트럼프 라운드’로 부르며 WTO를 대체할 세계 무역 질서로 규정했다. 지난달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발표된 유럽연합(EU)과의 관세 협상 합의를 새로운 질서인 ‘턴베리 체제’의 출발로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WTO 체제까지 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자유무역에 힘입어 빠른 산업화와 성장을 이뤄온 우리로서는 엄청난 불확실성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리어 대표는 기존 무역 체제가 관세를 정당한 정책 도구로 인정하지 않은 점을 집중 비판했다. 이 때문에 제조업과 기타 핵심 산업을 보호하지 못한 미국은 큰 무역적자를 기록하며 산업 역량을 상실한 반면 국유기업과 5개년 계획을 운영하는 중국은 최대 수혜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분명한 점은 이제 전 세계가 자유무역을 금과옥조처럼 여기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종식을 선언한 만큼 WTO 체제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고 언제 어떤 국가든 무역장벽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동시에 제조업과 공급망 보호를 위한 관세 정책을 정당화한 이른바 ‘트럼프 라운드’나 ‘턴베리 체제’ 역시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미국식 관세가 세계 표준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36.3%로 2020년대 들어 가장 높았다. 경제성장률 2.04% 중 수출 기여도도 1.93%포인트에 달했다. 수출이 유발한 취업자도 416만 명이나 된다. 두말할 나위 없이 수출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의 원천이다. 퇴조하는 자유무역은 세계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을 가져올 게 뻔하다. 거시경제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기업 생산 및 공급망 재편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기민한 통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