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SMC 투자와 젤렌스키 퇴짜에서 드러난 트럼프식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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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04 17:09 수정2025.03.04 17:09 지면A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대만 점령 시도 가능성에 대해 “재앙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반도체 업체 TSMC가 백악관에서 1000억달러(약 146조50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발표한 자리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웨이저자 TSMC 회장을 “게임에서 훨씬 앞서가고 이 방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그가 불과 며칠 전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지 못하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코멘트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TSMC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자 태도를 확 바꾼 것이다. 안보도 거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트럼프식 미국 우선 일방 외교는 우크라이나 안보에서도 다시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군사원조 중지를 지시했다고 한다. 자신의 종전 구상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견을 보인 데 대한 보복이자 노골적인 길들이기다.

참모들은 젤렌스키 대통령 퇴진도 주장한다. 자신들의 뜻에 맞추지 않는다고 타국 대통령 퇴진을 위협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리더로 자리매김해 온 미국의 위상을 땅에 떨어뜨리는 막가파 외교에 다름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은 대러 제재 완화도 추진해 침공국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침략당한 우크라이나는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주고, 희토류는 미국에 떼어주면서도 안전 보장 하나 받지 못할 처지에 몰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언급한 대로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는 냉혹한 국제질서를 절감한다.

우크라이나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지만 한국도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다. 우크라이나전이 종전되면 미국의 안보 정책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올 것이다. 미·북 직거래 가능성은 물론 북한 파병 혜택을 본 러시아가 대북 협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식 거래로 보면 방위비 증액 요구는 상수고, 주한미군 철수도 맞닥뜨릴 수 있다. 한·미 동맹을 강화할 기회를 찾는 한편 우리의 강점을 살린 협상 카드를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때맞춰 여야에서 나오는 핵 잠재력 확보 방안을 포함해 우리 자신을 지키는 어떠한 수단 강구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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