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일 인공지능(AI) 도입·활용 정도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이나 경제활동인구 생산성 등 수치를 예측해 내놓은 'AI와 한국경제' 보고서는 눈여겨 볼 대목이 많다. 현재 모든 사회 이슈와 정치에까지 AI가 최대변수가 된 상황에서 이를 본보기로 한 준비가 민관 모두에 중요한 상황이다.
가장 섬뜩한 것은 'AI 없는 사회'의 추락 경고다. 한은은 2023년부터 2050년까지 우리나라가 AI를 배척한 채 기존 타이머로 이미 들어선 초고령화·인구절벽 상태를 그대로 맞을 경우, 이 기간 GDP가 무려 16.5%나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 소멸로 가는 길인 셈이다. 다행히 우리가 AI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쓰고, 단순 생산일자리 대체 뿐 아니라 인간의 조력자로써 AI를 충분히 활용하는 사회로 나아갈 경우, 이 기간 GDP 감소율은 5.9%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한은은 내다봤다.
한은은 AI 도입이 총요소생산성이나 GDP에 최대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선 기업 및 생산 현장에서 제대로된 AI 활용이 전제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활용 1단계인 인간노동 대체나 보완제로서 AI가 쓰일 경우, GDP 상승효과는 상대적으로 높아지지만 생산성 증대 효과는 미미할 뿐이다. 2단계 생산성·효율 증대 도구로서만 AI가 활용될 때는 생산성 상승효과는 반대로 가파르지만, GDP 증대가 소폭에 그친다. 마지막 3단계, AI의 진정한 활용단계인 노동보완+생산성 향상으로 복합활용 된다면 우리나라 GDP는 최대 12.6%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이번 분석에 중요한 전제를 달았다. 바로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세계적 반도체 생산국가로서 적어도 2030년까지 지금의 두배 가량 AI 반도체 수출을 키워갈 것이란 전망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특정 반도체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대 AI 반도체 생산국에 걸맞게 향후 경제·기업활동 전분야에 다각적인 활용을 확대해 갈 것이란 예측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셈이다.
국가 차원의 경제지표에도 이럴 진데 개별 기업이나, 개인간 경쟁에 있어서도 향후 AI 활용은 중대한 격차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AI를 더 생산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일 수록 장래 기업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개인도 AI 역량에 따라 일자리의 값어치가 달라질 것이다. 정부나 교육기관 등 관련 정책 주체들도 이러한 방향에서 AI 활용에 대한 청사진과 밑그림을 조속히 그려야 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