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도 없는데 왜 막히지?”
고속도로 위에서 한 번쯤은 경험했을 장면이다. 분명 앞에 공사도 사고도 없었다. 그런데도 차는 거북이걸음을 하다 결국 멈춘다. 한참을 기다린 뒤 다시 달리기 시작하면 허탈해진다. 원인은 끝내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유령체증’이다.
이 미스터리한 정체는 사실 과학자들에게는 오래된 연구 대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령체증은 ‘우연’이 아니다.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작은 감속 하나가 물리학적 법칙처럼 증폭되면서 만들어진 결과다.
2008년 일본 연구진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차량 수십 대를 원형 도로에 올려 일정 속도로 주행하게 했다. 사고도 차선 변경도 없는 완벽히 통제된 환경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차들은 스스로 멈췄다. 특정 지점에서 속도가 갑자기 떨어지고 정체가 파도처럼 뒤로 퍼졌다. 연구진은 이를 교통 흐름의 불안정성으로 설명했다.
앞차가 살짝 속도를 줄이면 뒤차는 반응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조금 더 크게 감속하게 되고 그 다음 차량은 또 한 번 더 크게 속도를 줄인다. 이 작은 오차가 연쇄적으로 증폭되면서 결국 ‘정지 구간’을 만들어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도 비슷한 모델을 제시했다. 교통 흐름 속에서 생기는 이런 정체를 ‘자미톤’이라 부른다. 물리학에서 충격파가 이동하듯 교통 정체도 뒤 방향으로 파동처럼 이동한다는 의미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차량 흐름은 하나의 집단 시스템이다. 차량 밀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작은 교란이 전체 흐름을 무너뜨린다. 이는 물이 끓거나 얼음이 되는 ‘상전이’와 비슷하다. 평소엔 부드럽게 흐르던 교통이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추는 이유다.
연구에 따르면 도로 위 차량 밀도가 임계점에 가까워질수록 교통은 매우 불안정해진다. 설 연휴처럼 차량이 한꺼번에 몰릴 때 유령체증이 자주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절 교통은 방향이 일정하고 출발 시간이 집중된다. 차량 밀도가 빠르게 임계 수준에 도달한다. 이때 누군가 휴대전화를 확인하려 잠깐 속도를 줄이거나 차로를 바꾸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이 발생한다. 그 작은 감속은 수백 대 뒤 차량까지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는 아무 사고도 없지만 운전자들은 한참을 정체 속에 갇힌다.
흥미로운 점은 자율주행 기술이 이런 유령체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 것이다. 2017년 미국 연구진은 실제 도로 조건을 모사한 원형 트랙 실험에서 이를 검증했다. 20여 대 차량이 동일한 속도로 달리도록 한 뒤, 그중 단 한 대만을 자동 제어 차량으로 설정해 속도를 부드럽게 조절했다. 그 결과 뒤쪽으로 퍼지던 ‘정지-출발 파동’이 점차 약해지고 평균 속도는 올라가며 급브레이크 빈도는 줄어드는 현상이 관측됐다. 자율주행차가 교통 흐름을 안정화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 연구를 이끈 미국 밴더빌트대의 라파엘 스턴 연구원은 당시 “교통 체증은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제어 가능한 집단 현상”이라며 “소수의 자동화 차량만으로도 교통 파동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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