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소버린 AI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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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소버린 AI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자세

인공지능(AI)이 미래 모든 비즈니스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챗GPT 활용이 보편화한 세상에서 자체 AI 모델 개발과 기술 역량 강화로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까? 소버린(sovereign·주권) AI는 자체 인프라, 데이터, 인력과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AI를 구축하는 국가나 기업의 역량을 말한다. 국내에서 네이버 클라우드는 소버린 AI 전략으로 데이터 주권과 기술 자립을 강조해왔다. 한글에 특화한 초거대 생성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한 네이버는 소버린 AI를 AI 사업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와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AI 기술을 확보해 활용하겠다는 회사의 의지 표명이다.

챗GPT는 미국에서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이라서 특정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독도를 어떤 말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엉뚱하게 나오기도 한다. 소버린 AI 발전을 위한 노력과 향후 과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첫째,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와의 협업이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발돋움한 엔비디아는 2019년부터 AI 국가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다. 전 세계 모든 지역 국가의 AI 생태계 활성화와 인력 개발로 소버린 AI 역량 구축을 지원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각국 엔지니어, 개발자, 과학자, 기업가, 크리에이터와 공공부문 공무원이 자국에서 AI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여건을 조성하는 것을 지원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인재 역량 강화, 일본어 모델 개발, 자연재해 대응과 기후 회복력 향상을 소버린 AI의 핵심으로 삼았다.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가 이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을 강화하며 미국 중심의 빅테크에 가치관 종속을 우려하는 정부와 기업들의 관련 투자 강화를 유도했다.

둘째, 미국 정부와 자국어로 된 LLM 구축을 선도하려는 의지의 결합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자국 내 데이터센터에서 작동하는 소버린 AI 구축을 목표로 국부펀드(PIF)로 신생기업 휴메인(Humain)을 설립했다. 휴메인은 엔비디아, AMD 등 미국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도모한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를 방문하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AI 칩 수출 규제를 풀어줬다. 미·사우디 ‘AI 밀월’이라고 표현된 이 사건은 두 나라에 큰 의미가 있다. 미국은 자국 기술 기업이 연구개발(R&D)과 글로벌 확장 자금을 유치하는 데 사우디 자본을 활용할 수 있다. 사우디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공급망에 깊이 관여해 글로벌 경제에서 AI 중심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 사우디는 세계 AI 패권국은 아니지만 중동 내 리더가 되기 위해 아랍어 기반 LLM 선도 개발을 휴메인의 주요 미션으로 삼고 있다.

셋째, 소버린 AI의 방향은 모국어, 문화, 역사적 맥락에서의 최적화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민관이 협업해 글로벌 스탠더드 모델을 육성해야 한다. 소버린 AI 시장은 자국 언어 이해와 처리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AI 모델이 문화와 역사적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는 단계로 발전하기까지 많은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소버린 AI를 강화하려면 학습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양질의 공공데이터를 많이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기업 역시 개방된 데이터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저작권 있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넷째, 이렇게 개발한 자국어 LLM 모델은 오픈 소스로 공개해 자국 AI 생태계 전반에 확산해야 할 것이다. 소버린 AI 전략이 성공하려면 디지털 주권을 지키면서도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함께 추구하는 공세적 자립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라마다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소버린 AI에 대해 젠슨 황의 말을 끝으로 음미해 본다.

“모든 나라는 다른 국가나 기업이 자국의 AI를 구축하도록 허용하면 안 됩니다. 데이터에는 문화, 사회의 지성과 상식, 역사가 체계화돼 있기에 각국은 자신만의 AI를 만들 수 있도록 주도권을 잡고, 산업을 활성화하며, 최대한 빨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고유 언어와 문화에 대한 데이터를 LLM으로 체계화해야 합니다.”

대만인으로서 미국인이 된 그의 말이 묘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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