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하루살이처럼 살던 제가 음악으로 용기주는 아이돌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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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제비 생활한 혁·축구선수 꿈 품고 온 석…탈북민 2명 포함 그룹

다국적 5인조 유니버스 18일 데뷔…"꿈이 우릴 묶어줘, 다양성이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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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보이그룹 유니버스

왼쪽부터 케니, 아이토, 석, 네이슨, 혁 [씽잉비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북한에서 하루살이처럼 먹고살기에만 바빴던 제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여기서는 매일 힘들어도 기분이 좋고, 내일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생각하면 행복합니다."

북한이탈주민 출신 아이돌로 데뷔를 앞둔 그룹 유니버스의 멤버 혁은 가수라는 꿈이 가져다준 변화를 이야기하며 밝게 웃어 보였다. 북한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다 한국으로 넘어온 그에게 음악은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

가수라는 꿈은 혁을 포함한 유니버스 멤버 다섯명을 묶어주는 힘이기도 하다. 국적도, 자라온 환경도 다른 이들은 서로의 꿈을 이해하며 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연습실에서 만난 유니버스 멤버들은 "멋진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공통된 목표와 생각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다"며 "사람들에게도 서로를 존중하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지 확대 탈북민 혁·석 속한 보이그룹 유니버스

탈북민 혁·석 속한 보이그룹 유니버스

[씽잉비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니버스는 북한이탈주민 출신 혁과 석, 아시아계 미국인 네이슨과 케니, 일본인 아이토로 구성된 5인조 그룹이다. 혁이 메인래퍼를, 아이토가 메인댄서를 맡고 있으며 다른 멤버들은 보컬을 담당한다.

2000년생 동갑내기인 혁과 석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거주하다 각각 2013년과 2019년 탈북을 감행했다. 혁은 함경북도에서 학업도 포기한 채 배를 채우기 급급한 삶을 살았고, 석은 중국 접경지역인 량강도에서 생활하다 축구선수라는 꿈을 품고 한국으로 넘어왔다.

두 사람은 다른 탈북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세한 탈북 경로에 관한 언급은 피했다.

그렇게 한국을 찾은 두 사람이 아이돌의 길로 접어든 계기는 우연이었다.

고등학교 랩 동아리에서 음악에 재미를 붙인 혁은 동아리 소속으로 한 방송에 출연했는데, 이후 그 영상을 본 소속사의 제안을 받고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혁은 "랩을 직접 써서 학교 축제에서 노래하기도 했지만, 래퍼를 꿈꾸진 않았다"며 "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하다가 (노래를) 처음부터 가르쳐주겠다는 대표님의 말에 용기를 냈다"고 돌아봤다.

석은 탈북 이후에도 프로축구 3부 리그 격인 K3리그에서 활동하며 원래의 꿈을 좇고 있었다. 그러나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던 차에 소속사를 만났다.

그는 "북한에서 에프엑스 '라차타' 뮤직비디오를 본 적도 있고, 원래 노래 부르고 기타 치기를 좋아했다"며 "대표님을 처음 만난 날 열심히 할 테니 받아달라고 말씀드렸다. 이 길을 포기하면 많이 후회할 것 같다는 감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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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앞둔 유니버스

[씽잉비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혁은 2021년 9월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고, 석은 그로부터 1년 뒤 팀에 합류했다. 2000년생 동갑내기라는 공통점으로 금세 친해진 두 사람은 고된 연습생 생활에서 서로의 힘이 되어주었다.

석은 "처음에는 서로 말도 못 놓고 낯을 가렸는데 친해지고 보니 성격도 활발하고 에너지가 많은 친구였다"며 "먼저 회사에 들어온 입장에서 많은 것을 알려줘 고마웠다"고 떠올렸다.

북한에서 넘어와 꿈을 찾은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다른 멤버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었다고 한다. 멤버들은 두 사람이 살아온 과정을 들으며 강한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했다.

네이슨은 "두 사람의 이야기에 감동했고 영감을 얻었다"며 "내가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멀티버스' 발매한 유니버스

'멀티버스' 발매한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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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는 지난 4일 발매한 선공개곡 '멀티버스'(Multiverse)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반영했다. 서로 흩어져 있던 존재들이 하나의 세계로 모이는 과정을 따뜻한 감성으로 노래했다.

케니는 "우리 회사와 팀의 가치를 표현하는 노래"라며 "가장 오래 연습한 곡이어서 저희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선물처럼 안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18일 앨범 '더 퍼스트 벌스'(THE 1ST VERSE)를 발표하고 정식으로 가요계에 데뷔한다. 멤버들은 지금까지 준비한 것을 무대에서 남김없이 쏟아내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케니는 "세상에 우리가 가진 재능을 보여주고 싶다"며 "연기, 노래, 춤 등 지금까지 배우고 준비한 것들을 하나씩 선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설레는 데뷔를 앞둔 이들은 훗날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가수,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가수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다양성'이란 장점을 살려 유니버스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겠다고 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는 게 단점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양성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점들이 하나로 모여서 멋진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믿습니다."(네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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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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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07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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