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맞붙는다.
양사는 12일(현지시간)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공조 전시회 'AHR 엑스포 2025'에 참가해 HVAC 시장을 공략한다. AHR 엑스포는 미국 난방냉동공조학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글로벌 업체 1800여개 이상이 참가해 최신 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산업용부터 가정용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공조 솔루션을 전시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가정용 유니터리 시장을, LG전자는 산업용 칠러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삼성전자, 하이렉스 실외기로 가정용 시장 차별화
삼성전자는 북미 가정용 유니터리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기 위해 고효율 하이브리드 하이렉스 실외기를 선보인다. 해당 제품을 통해 실내기와 호환성이 뛰어나고 설치가 용이한 차별화된 솔루션을 강조할 계획이다.
하이렉스 실외기는 비용과 설치 편의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제품 교체 시 기존 냉매 배관과 전선을 그대로 사용해 비용 절약이 가능하다. 동시에 다양한 크기의 배관을 연결할 수 있어 설치가 편리하다.
가정용 유니터리 제품은 북미 특화형 공조 방식으로 주택이나 중소형 빌딩에 사용된다. 덕트를 통해 찬바람을 내보내 냉방을 구현하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350㎡(약 100평)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다. 고효율 하이브리드 인버터 실외기 '하이렉스 R454B', 가정용 히트펌프 'EHS', 고효율 시스템에어컨 R32 'DVM' 라인업 등 가정용·상업용 공조 솔루션을 다양하게 전시한다.
함께 전시하는 가정용 히트펌프 EHS는 바닥 난방과 급탕에 적용되는 솔루션으로, 공기열과 전기를 이용해 온수를 만들 수 있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보다 효율이 높고 탄소 발생이 적다.
친환경도 고려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냉매인 R410A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약 32% 수준인 R32를 적용한 상업용 DVM 대용량 시스템에어컨도 선보인다.
최항석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 상무는 "삼성전자는 독보적 기술력과 스마트싱스 연결 경험이 결합된 혁신적인 공조 솔루션을 선보여 왔다"며 "앞으로도 북미 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공조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AI 데이터센터 필수품 '칠러' 산업용 시장 공략
LG전자는 빅테크 기업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열 관리가 중요해지자 칠러를 대표 상품으로 내세웠다. AI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대형 건물, 공장 등 대규모 공조 수요처 중심으로 LG전자의 칠러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 상품은 모터 회전축에 윤활유를 사용하지 않는 '무급유 인버터 터보 칠러'다. 고속으로 돌아가는 압축기 모터의 회전축을 전자기력으로 공중에 띄워 지탱하며 회전시키는 자기 베어링 기술이 적용됐다. 마찰 손실은 적고 에너지 효율은 높다.
이번 전시회는 글로벌 탑티어 종합 공조업체를 목표로 신설·출범한 LG전자 에코솔루션(ES) 사업본부의 첫 전시회 참가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73㎡ 확장된 총 646㎡(약 195평) 규모의 공간을 마련했다. LG전자의 '코어테크'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해 제품 내부 구조와 핵심 부품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전시장을 꾸렸다.
칠러뿐만 아니라 난방 라인업도 선보인다. 미국 전역의 다양한 기후를 고려한 '인버터 히트펌프' 라인업이다. 미국 환경청의 '에너지스타' 인증을 획득한 고효율 제품으로 천장 공간이 넓고 단독 주택이 많은 북미 주거 환경을 고려해 설계됐다. 덕트를 활용한 유니터리 방식의 주거용 냉난방 솔루션이다.
영하 35도에서도 안정적 난방 성능을 유지하는 제품도 있다. '2025 AHR 혁신상' 지속 가능 솔루션 부문을 수상한 '주거용 한랭지 히트펌프'가 그렇다. 냉매 사이클 최적화 기술로 실외기 응축수 동결을 방지해 난방 효율을 극대화했다. LG전자는 혹한에서도 고성능을 구현하는 히트펌프 기술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 노르웨이 오슬로, 중국 하얼빈 등 연구소를 운영한다.
생산, 판매, 유지보수를 아우르는 현지 완결형 사업 체계를 완성하기 위해 맞춤형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AI 기반 스마트 제어 시스템으로 실시간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최적화 기능 등을 통해 에너지를 절감해준다.
환경 규제에도 대응한다. 올해부터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일부 지역에는 지구온난화지수(GWP) 750 이상의 냉매 사용을 금지한다. 규제 맞워 기존 R410A 냉매보다 GWP가 약 30% 낮은 R32 냉매를 적용한 '인버터 스크롤 칠러'와 '멀티브이 아이(Multi V i)' 등을 소개한다.
부품 솔루션 전시 부스는 별도로 마련한다. 압축부 구조를 개선하고 안정성을 강화한 27냉동톤(USRT) 대용량 스크롤 컴프레서를 전시장에서 처음 공개하며 상업용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또한 HVAC 제조업체들과 협력해 개발한 한랭지향 히트펌프용 스크롤·로타리 컴프레서 등으로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한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부사장)은 "AI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으로 주목 받는 칠러를 비롯해 다양한 공간·기후 맞춤형 냉난방공조 솔루션으로 B2B 비즈니스를 가속화한다"며 "글로벌 공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