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과거 울산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희대의 연쇄 방화범인 ‘봉대산 불다람쥐’였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 동안 울산 동구 봉대산과 마골산 일대에서 96차례나 불을 냈다. 처음엔 등산객의 실화로 여겨졌지만, 반경 3km의 좁은 범위에서 너무 자주 불이 나자 경찰은 방화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산 곳곳에 산불감시원을 매복시키고 수사 전담팀까지 꾸렸지만, 방화범은 날다람쥐처럼 유유히 빠져나갔다. 500만 원으로 시작된 현상금은 3000만 원, 1억 원을 거쳐 3억 원까지 올랐다.
▷김 씨는 매년 겨울, 특히 주말에 주로 범행을 저질렀다. 사흘 연속으로 불을 낸 적도 있고, 하루 세 곳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주로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수준이었지만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졌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새끼처럼 길게 꼬아 불을 붙여 ‘지연 방화’를 유도했다. 금속 너트에 성냥과 휴지를 묶어 불을 붙인 뒤 멀리 던지는 수법도 썼다. 산불 감시 상황을 확인하려 산불감시원들과 친분을 쌓기도 했다.
▷미궁에 빠진 범행은 2011년 3월 꼬리가 밟혔다. 아파트 단지 CCTV에서 흔적이 발견됐다. 잡고 보니 방화범 김 씨는 방화 지점에서 500m 떨어진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울산의 한 대기업에 다니던 50대 가장이었다. 가정불화와 금전 문제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방화를 저질렀다고 했다. 김 씨는 37차례 불을 낸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산불방화죄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2005년 이후 범행만 기소됐다.▷출소 후 5년 만에 다시 불을 지른 김 씨는 “최근 뉴스에서 산불 소식을 보고 희열을 느껴 충동을 참지 못했다”고 했다. 10년을 복역하고도 가슴속 뒤틀린 불길이 꺼지지 않은 것이다. 그의 잘못된 선택에 축구장(7140m²) 328개 면적인 산림 234ha가 피해를 입었다. 방화는 유독 재범률이 높다. 지난해 경기 의정부의 한 오피스텔에서 불을 지른 60대는 방화미수 혐의로 복역한 후 출소 하루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방화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물론이고 재범을 막기 위한 특별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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