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 개인정보 털어 ‘보복대행업’[횡설수설/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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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성이 뛰어나고 서버에 기록이 남지 않는 텔레그램은 범죄자들에게는 완벽한 은신처를 제공한다. 디지털 성범죄, 마약 유통, 투자 리딩방 사기 등이 텔레그램을 매개로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돈을 받고 오물 투척 테러 등을 해주는 보복 대행 텔레그램 채널이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를 통해 이뤄지던 사적 보복이 텔레그램의 보안 기술을 만나 기승을 부릴 조짐이 있다는 것이 경찰 분석이다.

▷보복 대행 채널 운영자들은 ‘대신 복수해 드립니다’ ‘원한을 해결해 드립니다’ 같은 문구로 의뢰인을 모집한다. 보복 대행의 서비스 종류는 인분 투척하기, 페인트로 낙서하기,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이나 피해자를 음해하는 내용의 전단 뿌리기 등 다양하다. 비용은 인분 테러가 200만 원, 전단 살포를 추가하면 50만 원이 더 든다. ‘사고 위장 신체 손상’이나 ‘범죄혐의 뒤집어씌우기’ 같은 중범죄 대행을 내건 채널도 있다.

▷채널 운영자가 실제 보복을 실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낙서 알바’ ‘심부름 알바’ ‘월 500+α 보장’ 같은 모집 공고로 뽑은 젊은 ‘특공대원’들이 실행을 맡는다. 올 2월엔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아파트 현관문에 음식물 쓰레기와 인분을 뿌리고 래커칠을 한 20대가 붙잡혔다. 비슷한 시기 경기 군포에선 다세대주택에 침입해 현관문에 빨간색 래커칠을 하고 협박 전단을 붙인 20대가 검거됐다. 모두 텔레그램으로 알게 된 익명의 ‘윗선’으로부터 가상화폐 60만∼80만 원 어치를 받고 저지른 일이라고 했다.

▷텔레그램의 자동 삭제 기능 탓에 윗선까지 추적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검거된 행동대원들에겐 형이 무거운 보복 범죄 대신 주거침입, 재물손괴, 명예훼손 죄목만 적용한다. 얼마 전엔 보복 대행 총책인 30대 남성을 포함한 일당 4명 전원이 구속됐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올 1월 경기 시흥의 한 아파트 현관에 인분을 뿌리고 욕설 낙서를 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보복 대행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일당은 범행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빼내려고 40대 남성을 배달의민족 외주사에 상담원으로 위장 취업시키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이 남성이 상담 목적 이외에 조회한 개인정보가 1000건이 넘는다고 한다.

▷어느 시대나 법은 멀게 느껴졌고 사적 제재의 유혹은 존재해 왔다. 과거와 달라진 건 보복 범죄를 의뢰하기도 실행하기도 쉬워졌다는 점이다. 스마트폰과 가상화폐 계좌만 있으면 음성적인 심부름센터를 차리거나 찾을 필요가 없다. 보복으로 얻는 이익은 크고 리스크는 적다면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보복 대행은 사법 질서를 흔들고 사회적 불안감을 퍼뜨린다. 사적 보복을 공공 범죄로 엄벌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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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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