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화장시설[횡설수설/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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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키우는 사람에겐 가족과 다름없다. 같이 산책하고 맛집 가고, 혼자 두고 외출할 땐 냉난방 장치 가동을 예약해 둔다. 사료비와 간식비에 건강보조식품까지 월 양육비로 19만4000원을 쓰고, 정기 검진과 각종 치료비로 연간 51만 원을 지출한다(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반려동물을 ‘아들’ ‘딸’이라 부르거나, 손주들에게 ‘이모’나 ‘삼촌’으로 부르라 하는 집도 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반려동물의 장례 의식도 날로 정교해지는 추세다.

▷반려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종량제 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버리거나, 동물병원에 맡겨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거나, 화장시설에서 화장하는 방법이다. 매장은 환경오염과 감염병 위험이 있어 불법이다. 생전에 물고 빨던 반려동물을 ‘폐기물’로 처리하기는 어려운 법. 대개는 화장을 택한다. 두 집 걸러 한 집꼴로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반려동물을 화장할 수 있는 장묘시설도 86곳으로 늘었다. 인체 장묘시설 62곳보다 많다.

▷사람의 장례는 3일장에서 무빈소 장례, 가족장 등으로 간소화하고 있지만 반려동물 장례는 고급화 추세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수의를 골라 안치, 염습 및 입관, 발인 순의 의례를 거친 뒤 개별 추모실에서 작별 인사를 나눈다. 이후 화장시설로 이동해 화장한 뒤 수습한 유골을 함에 담아 집에 보관하거나, 봉안당에 안치하거나, 수목장을 한다. 유골을 가공해 ‘메모리얼 스톤’으로 간직하는 집도 있다. 반려동물 장례비는 18만∼299만 원으로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

▷사람 화장시설처럼 동물 화장시설도 부족하다. 화장시설의 약 절반은 수도권에 몰려 있어 비수도권에서는 ‘원정 장례’를 가기도 한다. 화장시설은 대표적인 혐오 시설이니 신설도 여의치가 않다. 특히 반려동물 화장시설의 경우 “개 화장장까지 감수해야 하느냐”는 반감이 더해져 자치단체는 허가를 잘 내주지 않는다. 경남 산청군과 제주시처럼 반려동물 화장장 허가를 거부했다가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대안으로 이동식 동물 화장시설 서비스가 올 연말 합법화된다.

▷‘개가 가진 유일한 단점은 인간보다 수명이 짧다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반려인들은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힘들어한다. 반려동물을 앞서 보낸 반려가구의 16%는 상실감과 우울감이 1년 이상 지속되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다. 인간관계는 다양한 감정이 끼어들고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조건 없는 사랑만 주고 일상의 대부분을 공유하는 사이여서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반려인들은 이별의 의례가 안정적으로 보장될 때 일상 회복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동물 가지고 왜 그리 유난이냐”는 이들도 있지만 반려인이 1500만 명이 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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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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