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햇빛이 좋은 봄날, 전남의 어느 태양광 발전소가 출력을 줄이거나 가동을 멈춘다. 고장이 나서가 아니다. 바람이 잘 부는데 풍력 발전기의 날개가 서기도 한다. 전기는 만들 수 있는데, 그 전기를 받아줄 수요나 보낼 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출력제어라고 부른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거나 송전망 용량이 모자랄 때, 전력계통이 무너지지 않도록 발전량을 강제로 줄이는 조치다. 재생에너지, 송전망, 반도체 공장을 한 장면에 담은 모습.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발전량보다 안정적인 전력 전달에 있다 / 출처=AI로 생성한 이미지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호남권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2023년 2일에서 2024년 27일, 2025년 82일로 늘었다. 호남권에서 계통 연결을 기다리는 발전설비도 2025년 10월 기준 2.47기가와트로, 전국 접속대기 용량의 약 63퍼센트가 호남권에 몰려 있다. 올해 5월 무안과 신안을 잇는 송전망이 준공돼 약 190메가와트의 접속대기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호남의 계통 병목은 여전히 크다. 그런데 같은 호남권에 초대형 전력 소비시설을 짓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광주 군공항 자리에 조성될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이하 호남반도체)다. 지역에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생기면 남는 전기를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기를 만드는 일과 보내는 일 발전은 전기를 만드는 일이고, 송전은 그 전기를 필요한 곳까지 보내는 일이다. 둘 다 전기를 다루지만, 필요한 설비가 전혀 다르고 갖춰지는 속도도 다르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송전탑과 전선을 이용하는 345킬로볼트 장거리 가공송전망은 입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약 9년이 걸린다. 이런 시차는 출력제어가 늘어나는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다. 송전망에 발이 묶이는 것은 발전소만이 아니다. 전기를 쓰려는 쪽도 마찬가지다.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계통 제약 때문에 2030년까지 세계에서 건설이 계획된 데이터센터 용량의 약 5분의 1이 연결 지연 위험에 놓여 있다고 본다. 발전설비가 충분하더라도 필요한 전력을 계통에 제때 연결하지 못하면 대규모 수요시설의 가동은 늦어질 수 있다. 그래서 대형 전력 소비시설의 입지를 볼 때는 발전설비의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전기가 그곳까지 언제, 어떤 경로로 도착할 수 있는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 그러나 특정 시간에 전기가 남...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것은 끊기지 않는 전기다 [정석희의 기후 에너지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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