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없는 KB 우승'이 오히려 반가운 박지수…"홀가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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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앞두고 다친 발목 다음 주 수술…"아시안게임·월드컵 출전 불투명"

"다시 돌아온 KB는 완전히 다른 팀…'함께하는 농구'에 새로운 재미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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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커팅 세리머니하는 박지수

(용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6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KB스타즈의 경기에서 KB스타즈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KB스타즈 주장 박지수가 골대 그물을 자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6.4.26 xanadu@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여자프로농구 청주 KB가 통산 세 번째 통합 우승을 확정 지었을 때, 농구계는 일제히 이번 우승이 '박지수 없이'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 주목했다.

팀의 '기둥' 박지수(27)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빠졌지만, KB는 빈틈없는 경기력으로 챔피언결정전을 지배하며 화려하게 빛났다.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평가는 팀의 독보적인 에이스 박지수에게 자칫 씁쓸한 뒷맛을 남길 수도 있을 터.

하지만 박지수는 서운함이나 아쉬움보다도 홀가분한 마음이 가장 컸다고 한다.

우승 후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29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본사에서 만난 박지수는 "'박지수 없이도 강했다'는 말이 홀가분하고, 너무 듣기 좋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박지수에게 '박지수 원맨팀'이라는 꼬리표는 사실 훈장보다는 족쇄에 가까웠다.

그는 "개막 전부터 제가 있어서 우승 후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개인 종목이 아닌 팀 종목에서 그런 얘기를 듣는 게 마냥 달갑지는 않았다"며 "저 말고 다른 선수들도 정말 잘한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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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12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3차전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경기. 우리은행 선수들이 KB스타즈 박지수 공격을 차단하고 있다. 2026.4.12 youngs@yna.co.kr

마지막 순간을 코트 위에서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그는 "이제 '박지수 있어서 강팀'이라는 말은 예전만큼 안 듣겠구나 싶어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힘줘 말했다.

챔프전을 앞두고 팀 훈련 중 인대를 크게 다쳤던 박지수의 상태는 직접 보니 생각보다 심각했다.

반깁스를 한 채 절뚝이며 들어온 그의 발가락엔 여전히 푸른 멍이 선명했다.

박지수는 "세부 진단을 받고, 다음 주에 수술하기로 했다"며 "빨리 수술하고 충분히 회복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당장 오는 9월부터 예정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출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그는 "재활 기간이 겹쳐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회복해 보려 한다. 노력하다 보면 불가능은 없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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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기뻐하는 박지수

(서울=연합뉴스) 여자프로농구 청주 KB가 20점을 올린 박지수를 앞세워 부상 병동 아산 우리은행을 27점 차로 대파하고 플레이오프(PO) 첫판을 가져갔다.
KB는 8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PO 1차전(5전3승제)에서 우리은행에 73-46으로 크게 이겼다.
사진은 이날 경기에서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는 박지수(왼쪽 세번째). 2026.4.8 [WKB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aba@yna.co.kr

이번 시즌 박지수는 정규리그에서 평균 16.54점, 10.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아 부산 BNK 박혜진과 나란히 여자프로농구 역대 최다 MVP 공동 2위(5회)에 오르기도 했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해외 리그 도전을 위해 자리를 비웠던 사이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고, 시즌 초반에는 독감과 신우신염 등 예기치 못한 건강 악화까지 겹치며 혹독한 부침을 겪어야 했다.

박지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초반에는 몸이 너무 안 좋았다. 마음만큼 빨리 올라오지 않는 컨디션을 보며 스스로 불안해했던 시기도 많았고, 솔직히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던 그를 일으켜 세운 건 몰라보게 성장한 '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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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12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3차전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경기. 우리은행 선수들이 KB스타즈 박지수 공격을 차단하고 있다. 2026.4.12 youngs@yna.co.kr

박지수는 "이전에 제가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농구를 펼치는 동료들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며 "마치 완전히 새로운 농구를 하는 기분이라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꼈고, 그 즐거움이 동력이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는 골 밑 2점 승부에 집중하는 팀이었다면, 공격 방식이 훨씬 과감하고 다채로워졌더라고요. 감독님께 저 위주로 돌아가는 농구가 아니라, 지금처럼 동료들과 다 같이 호흡하는 농구를 하고 싶다고 곧바로 말씀드렸죠."

키 198㎝의 압도적인 높이와 영리한 농구 센스를 겸비한 박지수는 신인 때부터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짊어질 스타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B의 유니폼을 입은 그는 이후 코트 위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뽐내며 리그를 상징하는 '대들보'로 우뚝 섰다.

한눈에 보아도 '농구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지만, 정작 박지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농구는 제게 가장 큰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고통을 주기도 한다"며 "출근하기 싫어하는 직장인들처럼, 저 역시 농구가 너무 좋으면서도 가끔은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미지 확대 정규리그 MVP 수상한 KB스타즈 박지수

정규리그 MVP 수상한 KB스타즈 박지수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6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MVP로 뽑힌 KB스타즈 박지수가 트로피에 키스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6.4.6 dwise@yna.co.kr

그런데도 매번 농구화 끈을 조여 매게 되는 건, 결국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농구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박지수는 "주위 많은 분이 제게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넌 농구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시더라. 농구를 향한 마음을 부정하지 말라는 조언도 들었다"며 "잘하고 싶은 욕심이 너무 크다 보니 농구와 자꾸 '애증의 관계'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이며 쑥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올 시즌을 마친 박지수를 둘러싸고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의 다음 행선지다.

박지수는 향후 구체적인 언급은 아끼면서도, 지난 시간 함께해온 KB와 팬들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KB가 얼마나 좋은 구단인지, 선수들을 얼마나 대우해주는지 잘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우리 홈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는 리그 최고다. 그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끝이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처음에야 누구든 멋모르고 하는 거지만, 앞서 길을 닦아주신 선배들을 따라서 구설수 없이 끝이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cou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4월29일 16시3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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