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모델에게 조공하는 광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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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모델에게 조공하는 광고주

연예인들이 수다를 떠는 TV 프로그램에서 오랫동안 무명이던 이가 스타로 발돋움했다며 그 증거로 광고 모델 발탁을 든다. 피부가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은 이는 자신이 사용해 효과를 본 화장품 자랑을 하면서 “이름을 못 밝히지만 (화장품 회사) 사장님 보고 계시죠? 광고에 모델로 부탁합니다”와 같은 농담을 한다.

광고 전략을 짤 때, 모델을 어떻게, 누구로 선정할 것인지는 핵심 중 하나다. 사람을 모델로 쓸 때, 서너 명을 후보로 내세우기도 하고, 한 명만 딱 집어서 추천하기도 한다. 더러는 광고주가 특정인을 모델로 찍기도 한다. 그러면 광고 회사는 그 사람을 모델로 확보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는다. 통상 광고주가 원하는 모델의 기용 여부가 광고 회사의 실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최근 흐름은 조금 다르다. 슈퍼스타라는 개인의 영향력이 기존 광고주와 모델 간 관계를 전복하면서 마치 광고주들이 모델에게 역으로 ‘조공’을 하는 듯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공공기관 마케팅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충주시 유튜브 ‘충주맨’의 주인공 김선태 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3월 초 공무원을 그만두고 자신의 이름을 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가 소개를 겸해 올린 첫 영상에 달린 수만 개의 댓글 중 300개 이상은 그와 협업하려는 기업 및 단체의 메시지였다.

11년 동안 광고 모델로 나서지 않던 가수 이효리 씨 역시 비슷했다. 2023년 7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광고 다시 하고 싶습니다’라고 글을 올리자마자 광고 모델로 모시겠다는 기업과 단체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패러디와 유머를 섞은 댓글이 이어지며 댓글 창 자체가 마치 거대한 놀이판 같은 구실을 했다.

실제 조공처럼 자신의 제품을 바치는 듯한 댓글도 달렸다. 파격적인 의상과 형식으로 화제를 몰고 왔던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어느 소규모 한과 업체가 민 전 대표에게 ‘당 떨어지시죠’라고 물어보면서 자신의 상품을 권했다. 그날부터 그 제품 주문이 쏟아지면서 해당 업체는 일주일 넘게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댓글을 활용한 이 한과 업체의 성공 사례를 본 수많은 기업이 한 달 후 열린 2차 기자회견에서 똑같이 댓글로 조공을 권했지만 극적인 효과를 본 사례는 없었다. 차별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광화문에서 역사적인 컴백 공연을 한 방탄소년단(BTS)에게는 전혀 다른 방식의 조공이 나타났다. BTS 멤버 뷔는 2023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옷의 앞뒤를 거꾸로 입어 창피했다”는 문자를 남겼다. 그러자 이 옷을 만든 브랜드 업체 트위드는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뷔가 입은 옷의 앞뒤(front-back)를 알리는 부분에서 ‘back’이라는 글자를 지워버렸다. ‘BTS 멤버가 입는데, 앞뒤가 무슨 상관이냐’는 식이다. 2022년 BTS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멤버 정국이 ‘치폴레’라는 미국의 멕시칸 푸드 브랜드를 ‘치콜레’로 잘못 발음했다. 이 영상이 공개된 후에 치폴레 측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지금부터 우리는 ‘치콜레’야”라는 트윗을 올렸다. 이어 “정국이 치콜레라고 말하면 치콜레”라고 쓴 팬의 게시글도 리트윗했다.

광고주의 조공 형식을 끌어낼 정도의 파워를 지닌 모델이나 인플루언서는 속속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조공에도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맥락을 읽어, 최소한 그들의 팬에게만이라도 확실하게 지지받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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