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탁구 고수다. 중학교 때부터 취미로 탁구를 쳤다. 1990년대 중반 문화체육관광부 탁구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따서 동호인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그즈음 김 씨도 탁구에 입문했다. 김 씨는 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주로 저녁이나 주말에 남편과 탁구를 쳤다. 그러다 이 씨가 지방에서 12시간 근무하고 교대하는 직장을 잡는 바람에 부부의 탁구는 사실상 중단됐다. 주말부부가 돼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다. 2024년 이 씨가 은퇴하면서 부부의 탁구는 다시 시작됐고, 지난해 말 김 씨까지 은퇴하면서 이젠 매일 함께 탁구로 정을 쌓고 있다.
이 씨는 최근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증을 획득해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은퇴한 뒤 다시 탁구 레슨를 하며 살고 있는데 옛 직장 동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이후 실명했다며 자기를 도와달라고 했다. 그런 자격증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친구를 돕기도 해야 하고 일도 찾아야 했기에 시작했다. 지금은 그 친구를 도우며 탁구도 치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어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 수급자에게 신체 활동 및 가사 활동, 이동 등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이 씨는 시각장애인 친구를 아침 점심 저녁에 맞춰 돕고, 오후에 짬을 내 아내와 탁구를 친다.
김 씨는 “처음 시작할 땐 ‘탁구가 운동이 될까’라고 생각했는데 10분만 쳐도 땀이 흘러 놀랐다. 두세 시간 치고 나면 온몸이 땀범벅이 되는데, 그 맛에 탁구 치고 있다. 땀 흠뻑 흘린 뒤 샤워하면 너무 상쾌하다”고 했다.김 씨는 주로 남편하고 탁구를 한다. 부부는 원래 살이 없는 체질이라 체중 변화는 없다. 하지만 지인들은 “몸이 탄탄해졌다”고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 탁구로 지방은 빠지고 근육은 선명해져 더 날씬해 보인다는 평가다.
이 씨는 젊을 때 권투에 빠지기도 했다. 프로 테스트를 받아 데뷔하려고 했지만, 형들이 만류하는 바람에 꿈을 이루진 못했다. 그러다 어릴 적 취미인 탁구를 다시 만난 것이다. 아마추어 탁구계에선 잘나가는 선수다. 지역에선 1∼2부, 전국에선 5부로 출전하고 있다. 지역은 물론 전국 대회 우승도 많이 했다.
이 씨의 꿈은 아내랑 함께 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는 것이다.“아내가 수줍음이 많아 다른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를 못합니다. 저랑 치다가도 제가 다른 사람들하고 치면 집으로 가 버리죠. 솔직히 그동안은 저만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하고 게임을 했는데 이젠 아내랑 같이 하려고 합니다. 아내와 함께 다른 사람들하고 적극적으로 어울릴 겁니다. 그렇게 아내의 게임 감각을 살려 함께 대회에 출전할 생각입니다.”부부는 이달 7일 열린 2026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서울시 탁구 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1위를 한 이 씨는 대표로 선발됐지만 김 씨는 탈락했다. 4년 연속 서울시 대표로 발탁된 이 씨는 4월 경남 일대에서 열리는 대축전에 출전한다. 김 씨는 “이제부터 게임 감각을 터득해 내년에는 꼭 남편과 함께 출전하겠다”고 했다.
부부는 매일 새벽 함께 유연성 운동을 하며 몸을 깨운다. 이 씨는 “탁구 하나로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나이 들수록 몸이 굳어져 자주 풀어주고 있다. 그래야 탁구도 더 잘 친다”고 했다. 팔다리와 몸통 스트레칭 체조를 시작으로 폼롤러를 이용해 굳어진 근육까지 푼다. 몸이 날아갈 듯 상쾌해진다. 부부는 말했다. “사느라고 바빠 서로를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이젠 평생 함께 탁구 치며 건강하게 살 생각입니다. 인생 뭐 있나요? 건강이 가장 중요하죠.”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1 month ago
12
![“인생의 황혼 앞에서 멈춰 서다”... 허광호 산문집 '오후 5시 쉼표 하나'[신간]](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3/28/news-p.v1.20260328.63b48b620ab243d595184361c36b9726_P1.png)
![[토요칼럼] 월간남친과 청년 정책](https://img.hankyung.com/photo/202603/01.43758977.1.jpg)
![[ET톡] 붉은사막에 거는 기대](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8/08/news-p.v1.20250808.33a99276170a4e199b19b35b1073ca22_P1.jpg)
![[팔면봉] ‘통일교 의혹’ 수사받는 사람을 부산시장 경선시키는 與. 외](https://it.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사설] ‘서해수호의 날’ 참석 대통령, 음모론과도 영구 결별을](https://www.chosun.com/resizer/v2/HEZWENRTG5SWKOBYGIYDGZRQGI.jpg?auth=3bbc473a47b3702307284e0e328be98816eec805c3e9a41a5b3a63c0ce975a5f&smart=true&width=3918&height=2736)
![[사설] 국힘 지지율 19%, 선거 코앞 당 전체가 뭘 하는지](https://www.chosun.com/resizer/v2/GBRGENZUHAZDCZRTMJSGCMLCGE.jpg?auth=c7589338229db1a3337f1a22c85e3c35df07601b670893bcdd2d1575bab727aa&smart=true&width=719&height=478)
![[강천석 칼럼] 미국, 친구로서 얼굴과 敵으로서 얼굴](https://www.chosun.com/resizer/v2/UP25ZI3WNVEQ7KWMW4S2ICHWZY.png?auth=49c888a405cbb99306e5d7401b46e19eb7bbf58606a8e94c45a908687a485da1&smart=true&width=1200&height=855)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