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오픈 우승 박혜준 "첫 승은 시작일 뿐… 명예의 전당까지 질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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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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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번째 도전만에 거둔 첫 승, 하지만 박혜준은 "이제 시작"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가깝게는 시즌 2승, 그리고 멀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명예의 전당을 정조준하며 한국 여자골프에 또 하나의 스타 탄생을 알렸다.

박혜준은 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오픈(총상금 12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로 2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친 박혜준은 마지막 18번홀(파5) 이글로 마지막까지 추격해온 노승희를 1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다. KLPGA투어 데뷔 입성 4년만에 73번째 대회에서 거두며 우승상금 2억1600만원을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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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골프 기대주, 한국서 좌절겪다

177cm의 큰 키에 시원시원한 스윙이 장점인 박혜준은 초등학교 6학년부터 호주에서 골프를 시작했다. LPGA투어에서 활약중인 그레이스 김(호주)이 아마추어 시절 함께 활동했던 동료다. 당시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GC) 주관 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을 차지하는 등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LPGA투어 '명예의 전당'을 목표로 미국 무대를 노렸지만 코로나19로 눈길을 한국으로 돌렸다.

하지만 19세에 돌아온 한국은 만만치않은 무대였다. 누구보다 빨리 1부에 입성하며 이예원, 윤이나와 루키시절을 보냈지만 이듬해 2부 강등의 아픔을 겪었다. 박혜준은 "한국 문화와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드림투어(2부)에서 더 단단한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한국 문화도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다시 정규투어로 복귀한 박혜준은 더 성숙하고 단단해진 플레이를 펼쳤다. 우승은 없었지만 지난해 국내 개막전이었던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황유민과 치열한 경쟁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고, 자신에게 챔피언조 경험을 선사해준 대회 주최측에 감사함을 표했다.

지난해까지 한화큐셀 모자를 썼던 박혜준은 올해 두산건설과 함께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해 준우승 당시 보여줬던 거침없는 플레이와 프로다운 태도가 강한 인상을 남겼고, 올 시즌을 위한 비밀병기로 낙점받았다. 두산건설 골프단 관계자는 "자신감을 갖고 늘 밝은 미소로 좋은 에너지를 준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귀띔했다.

박혜준은 이날 우승으로 두산건설 골프단 창단 이후 첫 승을 안기며 복덩이로 떠올랐다. 두산건설은 2023년 여자골프 후원시장에 뛰어든 뒤 임희정, 박결 등 스타플레이어들로 골프단을 꾸렸지만 아직까지 우승을 거두지는 못했다. 박혜준은 "골프는 개인 종목이지만 두산건설은 가족같은 분위기로 선수들을 챙겨주시고 응원해주신다"며 "골프단에 첫 승이 간절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꼭 제가 첫 승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해내서 정말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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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목표는 2승… 더 많은 우승 따내겠다"

이날 박혜준은 생애 첫승을 노리는 선수답지 않게 여유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3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그는 전반에 버디만 2개 잡으며 5타 차이까지 훌쩍 달아났다.

하지만 추격자들도 만만치않았다. 박혜준이 6번홀(파5)부터 10개홀동안 파 행진을 이어가며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노승희와 배소현이 뒷심을 냈다. 여기에 박혜준이 16번홀(파4)에서 세컨샷 미스로 보기를 범하면서 스코어는 2타 차이로 좁혀졌다.

그래도 박혜준은 눈앞까지 다가온 트로피를 놓치지 않았다. 18번홀(파5)에서 두번째 샷을 핀 9m 거리, 그린 프린지로 보낸 뒤 단 30cm 버디퍼트를 남겼다. 같은 조에서 경기하던 노승희가 8m 이글퍼트를 잡아 단숨에 동타로 올라섰지만 편안하게 버디를 성공하며 완벽한 생애 첫 승을 완성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6일 KLPGA투어 롯데오픈 우승자 박혜준에게 트로피를 시상하고 있다. KLPGA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6일 KLPGA투어 롯데오픈 우승자 박혜준에게 트로피를 시상하고 있다. KLPGA 제공

이날 시상식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트로피와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권을 건넸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롯데오픈에서 신 회장이 직접 시상식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꿈에 그리던 생애 첫 승, 박혜준은 곧바로 다음 우승을 기약했다. 그는 "올 시즌 목표가 2승이었는데 이제 첫 단추를 꿰었다"며 "KLPGA투어에 온 만큼 더 많은 우승을 하고 이름을 알린 뒤 LPGA투어로 가서 반드시 명예의 전당까지 오르고 싶다"고 다짐했다.

청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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